"안희정이면 찍겠지만 도저히 문재인은 못 찍겠네요. 반기문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본선에서 안철수까지는 찍더라도 과연 문재인한테 표를 줄까요?"
"문재인이 돼야 적폐청산이 가능합니다. 안희정은 적폐 청산의지가 약해요. 4대강 비리· BBK 같은 과거 정권 비리까지 꼭 밝혀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본격 개막한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의 주요텃밭인 충청 지역 민심이 요동치고있다. 호남에 이어 두번째 순회경선지인 만큼 만약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을 석권한 뒤 충청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대세론을 굳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 지사가 호남에서 선전한 뒤 충청 표심을 가져간다면 문 전 대표 대세론에 금이 가게 되고, 막판 역전을 도모할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충청 지역은 세대간 지지후보가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충청의 5060세대는 대연정 등 보수세력과 연대를 주장하는 안 지사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낙마하기 전까지 반 전 총장의 주된 지지층이었던 이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뚜렷하다.
대전 대사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김서중 씨는 26일 매일경제와 만나 "국민통합과 미래비전이라는 측면에서 안희정이 민주당 후보로 나왔으면 한다"며 "이기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문재인의 실수를 기다린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흥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영호 씨는 "반기문이 사퇴할 당시 대전의 50대 이상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며 "여권 성향의 사람들은 '멘붕'이었지만 이내 안희정을 대전·충청권의 대안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반 전 대표 지지자 중 일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로 이동하기도 했지만 황 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온전히 지지가 안 지사에게 몰렸다는 설명이다.
반면 2030 세대에서는 문 전 대표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30대 세종시 공무원 이 모씨는 "문재인과 안희정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이지만 문재인이 오랜동안 민주당을 이끌어온 대표수장이라는 점에서 문재인을 응원한다"며 "이전 정권의 4대강비리, BBK 진실 등을 꼭 밝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세종시 공무원 김 씨는 "안 후보의 적폐 세력과의 대연정 발언으로 인해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팅보트인 40대에서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보수·진보 프레임 보다는 안 지사의 행정능력에 신뢰를 보였다. 대전 송촌동에 거주하는 김현미 씨(45·교사)는 "안 지사는 모든 연령대에 적이 없고 도지사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고 최종혁 씨(44·약사)는 "안 지사의 깨끗하고 소신있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렇듯 세대별로 지지층이 분화되면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충청권에서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대전·충청·세종 지역에서 문 전대표는 32%, 안 지사는 31%로 나타났다.
다만 안 지사를 지지하는 층에서도 본선 후보는 문 전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김영호 씨는 "민주당 경선에서는 안희정을 밀지만 결국 본선은 문재인이 나갈 것 같다"며 "일부 보수 강경론자들은 홍준표로 가겠지만 대부분은 안철수 쪽으로 가장 많이 갈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재인에 대한 비호감이 심해서 반기문 표는 절대 문재인으로 안간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충청권 보수 표심은 더이상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도 보수 이미지가 강한 안 전 대표에게 쏠릴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문 전 대표가 본선에 진출하고 비문 진영이 단일화를 통해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경우, 이들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보수표는 비문 진영에게 상당한 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민주당 경선 투표결과
다.
[대전·세종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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