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대기업 타도를 내걸고 있다. 대기업을 때리면 표가 나온다는 '포퓰리즘' 탓에 선명성 경쟁마저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은 물론 증세 1순위도, 개혁 1순위도 모두 대기업을 겨냥하며 '대기업 배싱(bashing)'이 격해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대기업을 정조준하면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할 대기업의 경영이 눈에 띄게 위축되는 등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 10명중 9명이 대기업 지배구조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벌 총수 일가는 분식회계, 비자금조성, 세금탈루, 사익편취 등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고 기업의 건전성을 파괴하는 불법행위의 몸통이었다"며 "총수 일가의 탈법경영을 청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특히 "재벌 중에서도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이밖에도 재벌 사면권 제한, 경영권 승계를 겨냥한 지주회사 요건 강화,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등으로 재벌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할 태세다.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재벌개혁론자', '삼성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각각 영입하기도 했다. 손학규 전 대표도 "총수 일가에 의한 전근대적 지배구조가 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거들었다. 특히 대기업 지배구조를 겨냥한 상법개정안에는 문 전 대표는 물론 안희정 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이 일제히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 처리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 ▲근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등이 담겨있다. 재계에선 "경영권을 위협하는 법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대기업 지배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김관용 경북지사, 이인제 전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 범보수 후보들도 앞다퉈 대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총수 일가가 비공식적으로라도 경영에 관여해선 안되며 일정 수준 이상 형사처벌을 받으면 경영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일하게 반대입장을 밝힌 것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 뿐이다. 김도형 한림대 교수는 "뿌리깊은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공약"이라며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는 지금도 과도할 정도로 많다"고 지적했다.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도 "앞으로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나 투자활동에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을 겨냥해 주요 후보들이 준비한 또다른 '채찍'은 법인세다.
세금 인상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당 안철수, 손학규, 정의당 심상정 등 범진보 후보는 모두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도 합세했다.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은 24.2%(지방세 포함)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고소득자를 겨냥한 소득세 인상, '부자증세'를 최우선으로 내걸었지만 그 다음 타깃은 법인세란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법인세 명목세율보다는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 등을 통한 실효세율 인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올리고 누진효과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아예 명목세율을 22%에서 30%로 올리자는 입장이다. 박재완 교수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법인세 인하 추세와 정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법인세 인상은 부작용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도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와 소득도 늘어나는데 후보들이 반기업 정서를 업고 인기영합적으로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안희정 지사는 상속·증여세,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인제 전 의원은 재산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대기업 때리기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차기 정부의 최우선 개혁대상도 대기업이 타깃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물론 자유한국당 김관용 지사,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대기업을 겨냥했다. 유승민 의원은 "재벌의 불법, 불공정 관행을 과감히 개혁해 경제정의를 이루고 혁신기업들의 성장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는 공공분야를 개혁 1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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