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보다 싱거운 본선 승부'를 예상하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세론에 균열이 가는 이유는 두가지다.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부정 채용 의혹에 이어 민정수석 재직 당시 '노무현 대통령 사돈 음주운전 사고 은폐 의혹' 등 돌출 악재들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문재인 후보의 도덕성에 상처를 주고 있다. 또 경선을 거치면서 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심지어 양자구도에선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문 후보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반면 안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한 데는 민주당 경선 결과에 실망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시장 지지층의 이탈 때문이다. 문 후보측이 패자들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탈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물론 문재인 후보는 지난 4일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경선과정에서 있었던 비문 의원들에 대한 문자폭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경쟁했던 후보들과 함께 하는 것은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용과 통합의 메시지는 구두선으로만 그치고 실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경선 후 후보들끼리 식사를 함께 하며 경선기간 생긴 마음의 앙금을 치료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경선 후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에게 화합을 위한 회동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캠프측 핵심 관계자는 "어제(5일) 저녁에 이재명 시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며 "그 전에 화합을 위한 시도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 있으니까 전화를 한 것이지 진정성을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합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상대측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선대위 공보단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안 지사 캠프에 대변인을 맡았던 박수현 전 의원과 강훈식, 박용진 의원과 이재명 시장 캠프의 제윤경, 김병욱 의원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 발표에서는 박용진, 제윤경, 김병욱 의원이 빠졌다. 사전에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희정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 측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벌어진 실무적인 실수라고 하지만 이 실수에 문 후보 캠프의 자세와 태도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의 배타적인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이날 탈당한 이언주 의원처럼 국민의당으로 이동하는 의원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경선 후유증이 치유되지 않고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문 후보는 주말인 8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을 만나기로 했다. 문 후보 선대위 권혁기 부대변인은 "문 후보 측에서 안 지사, 이 시장, 최 시장 등에게 8일에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며 "다들 일정이 있었지만 응하겠다고 해서 만남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에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안 지사나 이 시장 측 인사들과 '화학적 결합'을 이루면서 당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효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문 후보는 후보 결정 이후 첫 지방 공식 행보를 호남에서 시작했다. 안철수 후보의 확장성을 견제하고 호남의 상징성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문 후보는 이날 전남 광양의 광양제철소를 방문하고 광주의 5.18 민주묘역을 참배했다.
문 후보는 "광양제철소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고 5·18 민주묘역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이라며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통합을 바라는 취지로 오늘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문 캠프 안에서는 '대세론'과 '다자 필승론'에 기반한 선거 전략을 수정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안철수 후보에 대한 검증으로 선거 국면을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한편 '정책중심의 정권교체' '준비된 후보' '정당의 수권 능력' 등을 강조하면서 선거판을 짤 계획이다.
문 후보측 공보단
[김기철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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