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7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북한은 우리 미국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거나 미군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면담과 오찬을 마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북한은) 지난 2주간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통해 우리의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힘과 저지력을 목도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6차 핵실험 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선제타격을 비롯한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강력한 응징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관련기사 A3면
펜스 부통령은 "동맹을 위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HAD) 배치를 계진할 것이며 한국의 안보를 위한 포괄적 능력을 발전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적절한 안보 조치에 대한 중국의 조치(사드 보복)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한미 동맹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사드 배치를 강조하고 동맹의 결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북한에 이어 중국까지 의식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미 동맹을 강고하게 유지하고 이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내부 방침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힘을 실어줬다.
그는 "한국은 지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과 100%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5월 9일 한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동북아 안정의 핵심축(linchipin)인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철갑(ironclad)처럼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동맹국 정상간 논의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으로서의 공약을 확인하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부통령이 직접 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동북아 지역에서 북한에 대한 매우 강한 압박을 펼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도 "펜스 부통령의 방한은 매티스 국방장관,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한에 이어 한미 동맹이 긴밀히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로 보이고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동참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중국이 북한에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란 큰 자신감이 있다"며 "하지만 중국이 북한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동맹국이 할 것이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했다. 황 권한대행도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화답하며 "한미 양국은 중국의 부적절한 조치에 함께 대응해나가기로 하였다"며 "이번 방한은 한미 동맹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오는 25일 동해상에 진입해 북한의 대형 도발 억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쪽으로 항해 중인 칼빈슨호는 동해상에 도착하면 강도 높은 한미 연합훈련 등을 통해 대북 군사적 압박 차원의 '무력시위'를 펼칠 계획이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미국은 우리 정부와 칼빈슨 항모 전단이 참가하는 연합훈련을 협의 중"이라며 "칼빈슨호는 동해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와 관련해 유관 각국이 서로 자극하고 불 위에 기름 붓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17일 재차 경고했다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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