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포퓰리즘 공약으로 노년층 표심을 독점하며 승리를 굳혔다. 보수후보지만 노인층 복지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부었던 것이 은빛 지지층 결집과 투표율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올해 19대 대선에서도 기초연금 확대를 중심으로 은빛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기존에 20만원씩 기초연금을 받고 있던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차등없이 순차적으로' 3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소득하위 50% 노인은 '곧바로' 30만원으로 인상하되, 소득하위 50~70%에 해당하는 노인은 기존처럼 20만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65세 이상 노인 대상 기초연금을 30만원까지 인상한다고 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소득 하위 50% 어르신의 기초연금 차등적 인상을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구별없이 모든 노인에게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양강 후보의 상이한 기초연금 공약으로 2018년 투입될 나랏돈은 8000억원 가량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측은 2018년 기존에 비해 4조4000억원이 추가투입된다는 입장이고, 안 후보는 3조6000억원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노년층 지지율이 떨어지는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기초연금에 더 많은 재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비해 소득 하위 50~70% 노인들(소득순으로 100명을 줄세웠을때 가장 소득이 낮은 사람부터 50~70위)에게 기초연금을 더 얹어주는 대신 액수는 25만원부터 시작한다. 2018년 25만원을 시작으로 2021년에 30만원까지 순차적으로 높아진다. 반면 국민의당은 소득하위 50% 노인들에게 집중해서 기초연금을 얹어주는데, 2018년부터 곧바로 30만원을 준다. 기초연금 재원 차이가 2018년 8000억원에서 시작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수조원으로 급증하게 되는 이유다.
노인빈곤 해소 효과에 대해선 양자 의견이 엇갈린다.
안 후보 측은 “노인 빈곤의 일반적 잣대로 쓰이는 가처분소득 기준 노인 상대빈곤율이 2015년 기준 44.76% 인데, 국민의당 기초연금 공약으로는 39.62%까지 빈곤율이 개선되고 민주당 공약대로 하면 39.40%로 찔끔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1조4000억원의 돈을 들여 노인빈곤 개선효과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반면 문 후보 측은 “현재 1인 최저생계비가 월 65만원인데 기초연금 30만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액수이고, 노인의 절대빈곤 해소에는 효과가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로 가장 중요한 표밭으로 불린다. 은빛 표심을 잡으려는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지난해 말 행정자치부가 집계한 연령대별 유권자 규모는 20대 675만명, 30대 753만명, 40대 879만명, 50대 842만명, 60대 이상 1112만명이다. 60대 이상이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 가까이 차지한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18일 동시에 노인 공약을 내놨다. 기초연금 수령액 인상, 틀니 본인부담금 인하, 치매 관련 정부지원 강화 등 엇비슷한 내용을 담았고, 세부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는 정도다.
문 후보와 안후보는 틀니 본인부담금 인하도 나란히 주장했다. 현재 어르신이 틀니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경우 본인이 비용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치아 하나당 본인부담금은 평균 50만~60만 원 선이다. 문후보는 이런 본인부담금을 30만원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내놨다. 임플란트도 치아 2개까지만 적용되는 현행제도를 보완해 단계적으로 적용 개수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현재 50%인 틀니 본인 부담률을 30%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임플란트는 아직 시술 방법과 비용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치매 지원 확대와 노인
노인 일자리에 대해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노인 일자리를 80만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수당은 현재 22만원에서 4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노인 일자리를 매년 5만개 창출하고 수당은 3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전범주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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