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러유. 누가 되든 뭐가 중요해유~."
지난 3일 오후 충청남도 예산읍 산성리 먹자골목 안 치킨집. 임모씨(54·남)는 이같이 답하며 오히려 "젊은 양반은 누구 뽑을겨? 갈켜주면 나도 그 양반 한번 뽑아볼까"라며 농까지 섞었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충청도) 사람들은 투표소 들어가 도장 찍을 때까지는 아내에게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예산읍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홍성역에서 만난 유권자들 대부분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예전 선거때와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표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우선 문재인 대세론이다. 충남도청사가 있는 홍성군 내포 신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48·남)는 "안희정 지사와 연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죠"라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꼽았다. 인근에서 만난 주부 김모씨(38)도 "여론조사를 보니 문재인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될 사람에게 한 표를 써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20~30대 학생·직장인 등 젊은 표심은 '문재인 대세론'에 더 가까이 가는 분위기다.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의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앞에서 만난 대학원생 이모씨(27·남)는 "친구들과 얘기해보니 새롭게 정치를 바꿀 인물이 문재인 후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반면 '비(非) 문재인'표심도 만만치 않았다. 예산 먹자골목을 지나가던 홍모씨(76·남)는 "지금 우리나라가 대통령 쫓아내고 이럴 때여? 문재인 후보가 'OOO(친북 세력)'이라는데 그 후보는 절대 뽑아선 안되는겨"라고 했다. 대전 계룡건설 사옥 앞 사거리에서 만난 문모씨(58·남)는 "문재인 후보는 '아류 노무현' 아닌가. 그런 사람에게 다시 나라를 맡길 순 없다"고 했고, 인근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김모씨도 "우리가 아직 뽑지도 않았는데 문재인 후보가 벌써부터 대통령 된 거 같이 행사하는 꼴이 우습다"고 말했다.
항상 대통령 당선자에게 표를 몰아줬던 충북 지역도 오리무중 표심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4일 오전 청주시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상당구의 성안길에서 만난 직장인 배모씨(32·여)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보수 진영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절대로 '북한'이라는 특별한 존재에 얽매여 보수 진영에 표를 던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서 개인택시를 하는 양모씨(58·남)는 "문재인도 홍준표도 서로 편 나눠 싸우는 모습이 보기 싫다"며 "안철수 후보가 말은 좀 어눌해도 양쪽을 다 감싸안고 실사구시로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지한다"고 말했다. 석교동의 육거리종합시장에서 김모씨(58·남)는 "문재인 후보가 과연 대통령 감이냐. 정치 경험이 없어 실수를 많이 하지만 그래도 문재인 후보보다는 안철수 후보가 낫다"고 말했다.
지난 1992년 대선 이래 줄곧 충청권 표심을 잡은 후보가 대권을 잡았다. 대선 사상 처음으로 유권자 수 기준 호남권을 추월한 충청권 표심(유권자 442만2438명)이 어디로 향할지가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전국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충청권의 경우 문재인 후보가 46%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각각 20%, 18%씩으로 뒤를 이었다.
[대전·청주·세종·홍성·천안 = 홍종성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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