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반 맞닥뜨린 '인사 암초'를 놓고 정면돌파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이 문제 삼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위장전입 논란을 돌파하지 않고는 향후 국정운영의 순항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이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당장 문 대통령은 취임 20일을 넘기고 있지만, 총리인준 난항으로 조각조차 하지 못하면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조짐까지 보입니다.
일단 청와대는 야당 설득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중점을 뒀던 대야(對野) 전방위 설득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말 내내 야당과 접촉했던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29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4당 원내대표 주례회동에 참석해 또 한 번 야당 설득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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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청와대는 위장전입 문제가 부동산 투기 등을 목적으로 한 '악성'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총리인준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는 이 총리 후보자 등에게서 불거진 위장전입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봐 달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위장전입이란 게 부동산 투기나 이른바 자녀의 강남학군 진학 등을 위한 악성이라는 점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봐달라는 간곡한 요청인 셈입니다.
물론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위장전입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배제 5대 인사원칙을 제시하긴 했지만, 그 역시 악성을 전제로 한 것임은 상식적인 선에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인식입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위장전입이든 탈세든 의도와 목적이 있는 건지 들여다봐 달라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일단은 야당을 계속해서 설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도 안 돼 '청와대 2인자'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이들 후보자가 실제로 실정법을 위반했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자 하는 뜻에서였다는 게 청와대 입장입니다.
하루가 급한 조각 발표를 보류하는 것도 협치의 대상인 야당을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서실장이 직접 사과했고, 차관 인선 발표도 안 하면서 야당에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인선발표가 미뤄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국정운영에 다소 차질을 빚더라도 야당과 함께 가는 게 문재인 정부의 철학이라는 입장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는 곧 향후 국정운영에서 개혁 입법 등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 할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협치에 방점을 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야권이 요구하는 대통령 직접 사과에 대해서는 현재로써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양해를 구하는 데 야당이 저 정도로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불편을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한편 문 대통령이 5대 인사원칙을 후보 시절부터 국민에게 거론해왔고 결국 이번 사안도 그로부터 기인한 측면이 있는 만큼 국민을 상대로 설명하고 해명할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정치적 상대가 아닌 국민만 보고 정치하겠다"는 점을 누차 밝혀왔다는 점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열리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논란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