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를 포기할 수 없다며 제주 국제관함식에 불참한 일본이, 행사 당일 우리 군함에 달린 깃발을 보고 항의를 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연장현 기자, 우선 이번 논란 왜 벌어진 건지 정리를 해주시죠.
【 기자 】
국제관함식 행사를 앞둔 지난달 말 일본은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민 정서를 감안해 일본 측에 욱일기를 달지 말고 행사에참가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에 대한 일본의 대답은 '관함식 불참'이었는데, 함께 들어 보시죠.
▶ 인터뷰 : 이와야 다케시 / 일본 방위상 (지난 5일)
- "유감스럽게도 일본으로서는 국제 관함식 참가를 보류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제 관함식 당시 문 대통령이 연설했던 '일출봉함'에 게양된 우리 수자기를 보고 일본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자신들의 욱일기는 달지 못하게 했으면서, 우리는 이순신 장군을 연상시키는 '수자기'를 게양했다는 게 이유입니다.
【 질문 2 】
그런데 '수자기'로 쓰여있는데, 발음이 '수자기'가 아니고 '수짜기'인가요?
【 기자 】
수자기를 한자로 쓰면 이렇습니다.
'장수 수(帥)'자에 '글자 자(字)', 깃발을 뜻하는 '기(旗)'자로 구성돼있습니다.
지금 설명드리는 중에도 제가 '자'를 '짜'로 발음했는데요.
왜냐하면 '글자 자(字)'자는 낱말 첫 머리에 쓰이지 않으면 된소리로 발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짜기'로 발음이 됩니다.
【 질문 3 】
수자기와 일본의 욱일기.
제가 알기로는 개념부터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건지 자세히 설명 부탁합니다.
【 기자 】
먼저 우리의 수자기를 잘 보여준 영화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화 '명량'의 제작 과정이 담겨 있는 영상입니다.
수자기는 우리 군에서 대장을 상징하는 기이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이 타던 배에 걸려있었습니다.
역사에도 나와 있듯 명량해전을 비롯해 이순신 장군은 외세의 침략에 맞서 우리 영토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장군이고, 지금은 수자기에 그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반면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같은 깃발입니다.
세계 2차대전 당시에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 각국을 침공할 때 사용한 깃발이죠.
욱일기는 전 세계적으로 독일 나치당의 하켄크로이츠 등과 함께 전범기로 불리기도 합니다.
때문에 나라를 지킬 때 사용한 기와 다른 나라를 침략할 때 사용한 기를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질문 4 】
수자기에 얽힌 역사 이야기가 또 있다면서요?
【 기자 】
이 흑백사진에는 미군들과 그 뒤로 또 다른 수자기가 나와 있습니다.
'어재연장군수자기' 사진인데, 1871년 신미양요 당시 참전한 어재연 장군의 깃발기입니다.
어재연 장군은 미군의 강화도 침략에 배수진을 치고 고군분투하다 끝내 전사했습니다.
미군은 당시 이 수자기를 전리품으로 갖고 갔었고, 지금은 10년 장기 대여 형식으로 2007년부터 강화전쟁박물관에서 소장 중입니다.
【 질문 5 】
매우 소중한 우리 유산이네요.
영구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이 부분도 신경 쓰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일본이 이번 수자기 게양을 놓고 시비를 거는 건 적반하장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앞으로 어쩌겠다고 합니까?
【 기자 】
NHK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일본 외무성이 도쿄 주재 한국 대사관과 한국 외교부에 항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관함식 불참을 선언했던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도 "태극기와 자국기만 달자던 한국의 통지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에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과의 방위 안보 교류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앵커멘트 】
이번 수자기와 욱일기 논란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관심이 뜨겁습니다.
독일이 나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면 벌금을 내게 하는 것처럼, 이번 기회에 우리도 시급히 관련법 제정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장현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