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이 3일로 71주기를 맞는 가운데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5건이 모두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중인것으로 나타났다. 4·3 희생자 보상과 관련한 재원마련 문제로 정부가 '신중검토'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여야 간 입장차이 때문에 개정안은 그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4·3특별법' 관련 개정안은 총 5건이다. 이중 2건은 특별법 전체를 새로 바꾸는 '전부개정안'으로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오영훈안은 제주4·3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과 보상금 규정을 신설하는데 방점을 뒀고, 권은희안은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하고 진상규명 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는데 방점을 뒀다. 나머지 3건은 일부 개정안으로 강창일·박광온·위성곤 의원(모두 민주당)이 각각 발의했다. 강창일안은 진상규명위원회 권한강화와 보상금 지급을 규정했고, 박광온안·위성곤 안은 4·3사건에 대한 비방·왜곡 등을 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 개정안은 그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중 위성곤안을 제외한 4건을 상정했으나 정부의 별다른 진전을 내지 못하고 '계속심사' 결정을 내렸다. 보상금 재원과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행안위 법안소위 소속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화에서 "4·3특별법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보상에 관한 문제다. 그런데 (여당이) 배·보상 관련 기획재정부와 협의 안 돼 있고 새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내용도 정부와 협의가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권은희 의원도 "정부의 개정안에 대한 입장이 전부 '신중검토'였다.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염려가 커서 그런지 입장 변화가 크게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여당도 이를 인정했다. 행안위 법안소위 소속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내가 봐도 각 부처간 상의가 잘 안됐다"면서 "기재부와는 논의가 다 안 끝난 것 같다. (기재부는)4.3이 (보상)선례가 될 수 있어서 예산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대책단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뜻이 중요하다"고
다만 민주당은 한국당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자꾸 한국당이 4.3에 대해서는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면서 "(한국당에)'왜 그러느냐. 해방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한국당 정체성과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설득했지만, 아직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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