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일) 오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둔 태국 '노보텔 방콕 임팩트' 회의장입니.
문재인 대통령이 회의 시작 전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정상 등과 환담을 마친 뒤 회의장에 도착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발견했습니다.
한일관계 악화 속에 양국 정상의 만남 장면에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아베 대통령에 적극적으로 다가가 자신의 옆자리로 데려왔고, 이렇게 한일 정상은 오전 8시 35분부터 11분간 단독 환담을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날 만남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던 '깜짝 환담'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양국 사이에서 이날 환담에 대한 사전 조율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 대통령이 여러 정상이 보는 앞에서 즉흥적으로 아베 총리를 데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애초 문 대통령이 이번 태국 방문을 떠나기 전만 해도 태국에서 한일 정상의 면담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수출규제 사태로 촉발된 한일 간 냉기류가 극적인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간(3일∼5일) 태국을 방문하는 만큼 대면 가능성은 열려 있었지만, 만나더라도 우연히 짧게 마주치고 인사를 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전날 갈라 만찬에서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조우해 웃으면서 악수를 하긴 했으나 인사만 나누고 헤어지면서, 짧은 인사만 나눈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조우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이날 오전 '11분 환담'은 이런 흐름 속에 작은 '반전'을 만들어낸 셈입니다.
여기에는 대화를 통해 한일관계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양국 정상의 생각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달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둔 가운데 칠레에서 16∼17일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취소되면서, 이번 회의가 양국 정상이 대면할 수 있는 마지막 외교무대라는 점 역시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환담에 나서는 데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소미아 종료라는 '변곡점'에 다다르기 전 최대한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필요하다면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했으며, 아베
'즉흥 만남'이긴 하지만 양 정상이 한일 간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진지한 논의에 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이어갔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