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진행된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사업 비용 일부를 다른 예산에서 무단으로 끌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대법원의 예산 집행과 회계 처리 전반에 대한 재무감사를 실시해보니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4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대법원장 공관은 대지면적 7100㎡에 연면적 1319㎡ 규모로 1980년부터 사용됐다. 법원행정처는 2016년 5월 해당 건물이 노후화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며 사업예산 15억 52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국회는 2017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해당 사업 비용이 과도하다며 9억 9900만원 만을 편성했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2017년 8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대법원장 공관 디자인 및 환경개선사업'을 공고한 후 사업 예산으로 16억 7000만원을 재배정했다. 이는 국회가 의결한 공사비보다 6억 7000만원이나 많은 액수다. 법원행정처는 해당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사업에 배당된 비용 총 4억 7510만원을 무단으로 이용·전용했다. '사실심(1·2심) 충실화' 예산 2억 7875만원과 '법원 시설 확충·보수' 예산 1억 9635만원 등이다.
감사원은 이는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기관장은 예산의 목적 외에 경비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재부 장관의 승인이나 국회의 의결을 받아 예산을 이용할 수 있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는 국회가 편성한 예산의 범위와 목적을 초과해 예산을 무단으로 이·전용했다"며 주의를
감사원은 법원행정처에 회계검사 운영을 내실화할 것도 주문했다. 법원은 정원이 1만 9899명, 예산 규모가 2조 1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조직이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예산 집행 부서와 회계검사 부서가 분리돼 있지 않아 회계의 독립성·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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