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를 위해 협상보다 초강경 투쟁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오늘(12일) 이틀째 국회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한국당 의원들 역시 10명 안팎으로 1개 조를 이뤄 황 대표와 함께 로텐더홀에서 릴레이 숙식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로텐더홀 바닥에 붉은색 글씨로 '나를 밟고 가라'는 문구를 새긴 대형 현수막도 깔았습니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에서는 '목숨을 건 투쟁' 등 극단적인 구호도 쏟아졌습니다.
당장 한국당 '투톱'의 강경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일방 처리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며, "비상한 각오로 막아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황 대표는 또한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좌파독재를 완성하려는 불법 법안"이라며, "'4+1'이라는 엉터리 불법 조직을 통해 날치기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에 대해선 "친문(친문재인) 수사를 맡기는 꼴"이라고,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당 독식의 1당 국회가 되는 것"이라고 각각 비판했습니다.
이같이 한국당이 강경 투쟁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협상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입니다.
나아가 한국당을 뺀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예산안처럼 패스트트랙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이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렸습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필리버스터는 일정을 늦추는 효과밖에 없고, 의원직 총사퇴는 항의하는 수단밖에 안 된다"며 "저희가 쓸 수 있는 카드를 검토해 보고 안 되면 결국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한 묘수를 찾지 못하면서 당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전략 전반에 대한 회의론도 나옵니다. 지난 4월 막 오른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겁니다.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임 원내지도부가 군소정당과의 대화를 끊어놓은 것이 패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야 4+1 협의체가 예고됐으나, 지도부가 이를 방치했다는 주장입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은 의원직 총사퇴를 외칠 시기도 놓쳤습니다. 4월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 시 모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의 극한 대치가 총선을 위한 중도 표심 확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공수처법은 좌파독재법' 등 연일 패스트트랙 법안 반대 여론전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