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70여 일 만에 본회의를 열었지만 오히려 본회의장은 여야가 점거 대치하는 장소가 돼 버렸습니다.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간 신뢰가 깨진 상황이라 대치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김명준 기자입니다.
【 기자 】
여야가 본회의장에서 동시에 농성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레바논 파병 연장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70여일 만에 열린 이른바 '원 포인트 본회의'는 오히려 여야 본회의장 점거의 빌미가 돼 버렸습니다.
여야의 '본회의장 동시 농성'은 본회의 전부터 예고됐습니다.
쟁점법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한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설이 나왔고, 한나라당은 이를 막기 위해 먼저 본회의장을 점거할 것이란 설도 제기됐습니다.
결국, 본회의가 끝난 후 여야가 서로의 본회의장 점거를 우려하며 동시 농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여야 간 신뢰는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깨져 이번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일단,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을 상임위별로 나눠 본회의장 점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안상수 / 한나라당 원내대표
- "필요 인원만 남겨 놓고 퇴근하기로…. 단상을 점거해서 자일로 몸을 묶고 옛날처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기습 점거를 먼저 계획했다며 입수한 통지문을 공개했습니다.
▶ 인터뷰 : 이강래 / 민주당 원내대표
- "이제 국회는 제3차 입법전쟁에 돌입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여당으로서 한나라당이 본회의 끝난 다음에 (본회의장을) 떠났다면 저희도 본회의장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의원들을 3개 조로 나눠 장기전에 대비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여야의 점거 대치를 예상이라도 한 듯, 본회의 모두 발언에서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김형오 / 국회의장
- "나라를 세운 제헌의 아버지들이 지금 우리 국회의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지 정말 두렵습니다."
한편, 앞서 여야는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 기간 연장 동의안과 국회 운영위원장 등 4건의 위원장 선출안을 처리했습니다.
MBN뉴스 김명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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