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처음으로 노조의 합법 집회가 열렸습니다.
집회를 막기 위해 기업들이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해 놓는, 이른바 '유령 집회 신고'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송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서울 서초경찰서 앞입니다.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남성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대부분 대기업 사옥 앞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한 사람들입니다.
현행법상 경찰서장은 집회가 실제로 개최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집회신청을 먼저 한쪽에 우선권을 줄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용역을 고용해 집회신고를 먼저 접수하는 방법으로 사옥 주변 각종 집회를 봉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의 '유령 집회 신고'에 법원이 사실상 제동을 걸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삼성일반노조가 "삼성전자 본관 앞 추모집회를 허용해달라"며 서초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집회가 허용된다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임선아 / 원고측 소송 대리인
- "이번 결정은 추모집회를 개최할 필요성을 인정함으로써 목적의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신고 순서에 따라 처리하는 경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노조의 합법 집회가 열렸습니다.
▶ 인터뷰 : 정애정 / 추모집회 참가자
- "법이 우리 쪽에 서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괜찮은데. 우리 쪽에 서 있다는 느낌을 못 받아서 실망감이 더했었는데… 이번엔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 스탠딩 : 송한진 / 기자
- "지난해 KT 광화문 지사 앞 퇴직자 중심 노조의 집회에 이어 이번 삼성전자 본사 앞 노조집회까지 법원이 인정하면서, 대기업의 유령집회 신고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MBN뉴스 송한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