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가 진행 중인 재개발구역이 치안의 사각지대로 다시 방치되고 있습니다.
4년 전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 이후 반짝 재개발지역 치안에 신경을 쓰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 사망사건과 절도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습니다.
박준우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 기자 】
시커멓게 그을린 집기류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철거를 앞둔 재개발지역 내 빈집에서 지난해 11월 노숙자가 추위를 피해 모닥불을 피웠다가 변을 당한 현장 모습입니다.
사고가 난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에 다시 가봤습니다.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철거 작업이 한창인 낮시간대인데도 별다른 제지 없이 누구나 이곳을 드나들 수 있습니다."
빈집에 들어가 보니 누군가 술을 마시고 불을 피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순찰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걸까?
▶ 인터뷰 : 인근 주민
- "그전에 집 있을 때는 나쁜 사람들이 들어가서 뭐 하는 줄 알고 (순찰)돌고 다녔는데 지금은 전혀 안 나와."
경찰과 용역업체가 비정기적으로 순찰하고 있다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CCTV도 16대에서 12대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 인터뷰 :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
- "야간에도 수시로…. 시간 되는 대로 신고 사건 없으면 중요한 곳 위주로 한 바퀴라도 돌아라…."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방범창이나 문짝을 뜯어가는 좀도둑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만 올 들어 벌써 3건이나 발생했습니다.
▶ 인터뷰 : 인근 주민
- "주말이면 노숙자가 돌아다니면서 철문이나 문짝을 다 떼 가는 실정입니다. 실제 만나봤는데 한 번 돌고 나면 300만~400만 원을 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4년 전 김길태가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잔인하게 살해한 장소도 부산의 한 재개발 구역이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철거 중이거나 철거 예정인 재개발구역은 40여 곳.
허술한 관리 탓에 재개발구역이 또다시 치안의 사각지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