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경찰서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 명의로 고가의 외제차를 리스계약 후 출고 받아 이를 대포차로 유통시킨 김 모씨(38) 등 2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입건하는 한편 중국으로 도피한 총책 등 80여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범인들이 유통시킨 차량은 모두 165대로, 대당 50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 탓에 총액이 1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게 500만원을 주고 명의를 빌린 후 이를 토대로 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 고가의 외제차를 리스계약을 통해 출고 받았다. 이후 이 차들을 사채업자에게 대포차로 처분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겨왔다.
경찰관계자는 "고가의 수입 차량을 리스할 경우 리스회사에서 영업사원에게 지불하는 수당(차값의 10% 정도)과 자동차 제조회사의 자체 프로모션(차값의 7~8%)으로 초기 자본금 없이도 구매 보증금(차값의 15~30%)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지능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출고책 김 모씨는 100대가 넘는 차량을 출고하면서 자동차회사로부터 최우수 판매왕으로 선정돼 분기당 1000만원의 성과급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피해자인 강 모씨(32)는 리스료는 자신들이 부담하겠다며 명의만 빌려주면 500만원을 주겠다는 피의자들에게 속아 자신의 이름으로 아우디 A6(6210만원 상당) 차량을 출고토록 했다. 하지만 리스료를 그대로 물게 된 피해자들이 "차라리 차를 내놓으라”며 범인들을 찾았을 땐 "명의를 빌려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차량을 해외로 밀수출하거나 대포차로 넘기겠다”고 협박해 추가로 2000만~5000만원을 받고
경찰은 유통책인 사채업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대포차 매입장부 및 유통업자간 문자메세지 등을 발견하고, 이들이 보관하고 있던 수입 자동차 29대를 현장에서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인에게 빌려준 명의는 반드시 불법행위에 악용된다는 점을 명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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