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세금소송에서 대형로펌을 상대하기 쉽지 않은데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서울지방국세청 소송수행자)
“대형로펌의 장황한 논리에 압도되기 쉬운데,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기 보다 법령과 실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김경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지난 18일 서울지방국세청 강당을 메운 국세청 조세소송 담당자 120여명은 김 부장판사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꼼꼼히 받아적었다.
이날 간담회는 서울행정법원 조세전담재판부가 ‘소송 잘 하는 법’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지방국세청을 방문해 이뤄졌다.
국세청이 법원의 출장강연까지 들으며 소송에 대비하고 있는 것은 납세자들의 불복 소송이 늘면서 국세청이 재판에서 지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세청 패소율은 지난 2010년 12.3%(163건)에서 2013년 13.5%(208건)으로 높아졌다. 특히 고액 사건일수록 패소율이 높아, 2013년 국세청의 50억원 이상 고액 조세소송 패소율은 45.6%에 달했다. ‘조세불복과의 전쟁’까지 선포한 국세청으로서는 소송에 철저히 대비해 패소율을 낮추는 것이 지상과제가 된 셈이다.
조세소송의 쟁점이 복잡화·전문화되고, 세법이 빠르게 변하는 것 역시 소송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요인이다.
국세청은 이미 지난 1월 서울지방국세청에 송무국을 신설해 소송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송무국은 부장판사 출신의 최진수 송무국장을 필두로 변호사들도 대거 영입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 부장판사는 그동안의 재판 경험을 토대로 최근 대법원 판례와 소송 유형 등을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간혹 국세청이 납세자에 대해 고소를 한 뒤 형사처벌 결과를 기다리다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제척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세금을 미리 부과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시효만료가 코앞에 다가와 급히 납세고지를 하는 경우에도 납세자에게 제대로 송달이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또 “납세자가 재판에서 납세고지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국세청이 이를 발부한 뒤에도 사본을 보관해뒀다가 필요시 제출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원과의 소통을 통해 조세소송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