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설연구소를 허위로 만들어 수십억원의 국비를 가로챈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브로커와 기업체 대표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기업체 대표들은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면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과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20일 국비 13억6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브로커 신모(47)씨와 기업체 대표 홍모(47)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또 다른 기업체 대표 한모(49)씨 등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이들이 보조금을 가로챌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종업원 강모(46)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씨는 2011년 10월∼2012년 7월까지 홍씨 등 대구지역 기업체 대표 3명에게 대구경북중소기업청이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대경지역사업평가원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허위로 탈 수 있도록 도와준 뒤 수수료 명목으로 2억 8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신씨는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보조금을 허위로 탈 수 있도록 서류 작성부터 사업계획서, 현장실사 방법까지 컨설팅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신씨의 지시에 따라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연구원을 허위로 등록하는 등의 수법을 통해 대구경북중소기업청의 기업부설연구소 설치 지원금 2억원을 빼돌렸다. 또 한씨는 대경지역사업평가원의 실용로봇강화사업 보조금을 같은 수법으로 2억1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강씨 등은 기업체 대표들이 연구원 허위 등록을 위해 보조금을 빼돌릴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뒤 2년간 월 30만원의 대가를 받았다.
대구경북중소기업청 등 국비 지원 기관들은 서류심사와 현장 실사를 벌였지만 이들의 부정행위를 적발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기업체 대표들이 국비지원 기관 직원들에게 로비를 한 정황도 포착했지
경찰은 기업부설연구소를 허위로 만든 뒤 보조금을 빼돌렸을 기업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업들의 보조금 편취 소문을 많아 수사에 착수했다”며 “기업들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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