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야하타 제철소에 끌려갔던 노동자로 일했던 할아버지 8분이 일본에 손해 배상 소송을 청구했는데요.
오늘은 그 여덟 분 가운데 한 분을 만나봤습니다.
신지원 기자입니다.
【 기자 】
마을 한쪽에서 어르신들의 장기대결이 펼쳐집니다.
"이게 내 것이지."
"무슨 소리야, 내 것이지."
"아 소데스카 와카리마시타.(아 그러냐 알았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마음이 급할 때면 튀어나오는 일본어.
▶ 인터뷰 : 이윤태 / 강제노역 피해자
- "내가 열일곱에 (일본에) 갔어요. 열일곱 살 먹던 12월 겨울에."
1942년 겨울, 열일곱 소년이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일본 규슈의 야하타 제철소.
쾌쾌한 공장을 하루도 벗어나지 못하고 매일 12시간씩 2년 반 동안 쇠를 녹이는 연료를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임금도 못 받고 일했지만, 실수라도 하면 가차없는 매가 돌아왔습니다.
▶ 인터뷰 : 이윤태 / 강제노역 피해자
- "아, 일 잘 못하면 때렸지. 때릴 때도 그 사람들이 아주 굴욕적으로 때릴 때가 있어. 그거는 우리 '조센진'들이라고…."
야하타 제철소에서 강제노역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은 3천 400여 명.
이윤태 할아버지를 포함한 8명의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2년 전 일본 철강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사과 한마디 듣기도 전에, 끔찍한 기억을 안겨준 제철소는 '세계 문화유산'이 됐습니다.
▶ 인터뷰 : 이윤태 / 강제노역 피해자
- "그래놓고도 걔들은 미안한 마음이 없잖아. 우리를 인간답게 취급했어 어디? 솔직히 개 돼지만큼도 취급 안 했어."
오늘(20일) 새벽, 미군 징용 피해자들에게 공식으로 사죄한 일본정부와 기업.
수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 강제노동자들은 아직 한 마디도 듣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이윤태 / 강제노역 피해자
- "어린 사람 젊은 사람들 거기서 참 고생 많았어. 그런데 자기들은 문화유산이네 뭐네 해가지고 자기들 하는 짓거리가 그러고 있으니 누가 얼마나 우리 마음이 좋겠냐고. 그걸 안 느껴 본 사람은 몰라요. 직접 겪어봤어야 아는 거지."
MBN 뉴스 신지원입니다.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
영상편집 : 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