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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구장은 최근 몇 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구가 건전한 레저 스포츠로 부상함에 따라 당구장도 ‘불량스러운’공간에서 ‘건전한’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당구 동호인들도 ‘노는 형’에서 말끔한 직장인들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매경닷컴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김치빌리아드에서 당구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안응규 씨(40·사진)를 만나 당구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교육 컨설팅 회사인 휴브레인에서 근무중이며 쓰리쿠션 당구 동호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당구를 여가로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여성 프로가 당구 치는 모습 보고 큐 다시 잡아”
안씨는 1주일에 서너번, 하루에 세네시간 정도 당구를 즐긴다고 한다. 흥이 나면 다섯시간 이상 경기에 몰입하기도 한다. 직장인 중에서는 자타공인 당구 마니아에 속한다.
안씨가 처음 큐를 잡은 것은 고등학교 때다. 현재 40세인 안 씨는 ‘구령(球齡)’이 20년을 웃돈다. 하지만 이 중 10년간은 당구를 치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일이 바빠져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시 큐를 잡게 된 것은 최근이다. 우연히 당구장을 찾게 됐는데 어떤 여성이 당구를 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안 씨는 “여자가 당구치는 걸 보기도 힘들 뿐더러 ‘국제식 대대‘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뽐내고 있으니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지금 돌이켜보니 그 여성이 프로선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씨는 그 당구장에 붙어있던 동호회 카페 현수막을 보고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시 큐를 잡게 됐다.
◆ 저급한 스포츠는 옛말, 이제는 고급 스포츠
“당구도 제대로 시작하려면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안 씨를 만난 장소인 서울 서초동 김치빌리아드 내부는 매우 정숙한 분위기 속에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음주와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술을 마신 사람은 입장조차 불가능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외에는 불필요한 잡담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상대방이 득점에 성공했을 때는 박수를 쳐준다. 일종의 ‘당구 매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보통사람들의 상식과는 차이가 있다. 골프에 개인 클럽이 있다면 당구에는 개인 큐가 있다. 비싼 개인 큐는 수백만원이라면서 어지간한 골프클럽 세트보다 비싸다. 반대로 게임 비용은 골프보다 당구가 훨씬 저렴하다.
안 씨는 “골프는 한 달에 최대로 많이 해봐야 8번 정도에 불과하지만 당구는 접근성이 뛰어나 매일 접할 수 있다”라며 “그렇게 나가서 골프 치는 비용보다 한달 내내 당구장에 있는 비용이 더 싸다”이라고 귀뜸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스러운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당구는 ‘소통’의 스포츠…공은 언제나 둥글다
당구는 짧은 시간 내에 승패가 가려지는 스포츠다. 보통 30분 안으로 승부가 나고, 항상 한쪽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공은 둥글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력에 맞게 점수를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절대 고수도 절대 하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힘이나 신체조건도 당구 실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안 씨는 “남자라면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 번 쯤은 큐를 잡아봤을 것”이라면서 “골프를 배우려면 내 습관 하나하나를 전부 뜯어 고쳐야하지만 당구는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답도 없지만 안씨가 말하는 당구의 핵심은 ‘소통’이다. 스타일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야 실력이 는다는 설명이다. 안 씨는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며 “당구도 항상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가 통하는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안씨는 다음달 열리는 매경닷컴배 직장대항 당구대회도 당구 동호인들의 ‘소통의 장’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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