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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전자상가에 입주한 창업육성업체 ‘N15’ 직원들이 개발 중인 드론 등을 소개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용산전자상가가 ‘제대로’ 바뀌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정보통신(IT)’을 거래하는 최대시장으로 영화를 누렸던 이곳이 새로운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가 새롭게 내세우고 있는 ‘무기’는 ‘사물인터넷·드론·로봇·창업’이다. IT기술 발달과 함께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구매가 급감하면서 공실이 넘쳐나던 이곳에 창조경제의 주역인 스타트업이 속속 입주하면서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
상인협의회도 도소매 위주의 단순 생존전략을 벗어던지고 첨단 기술의 개발·전시·유통을 집적화한 ‘IT 문화관광지’로 과감한 변신을 모색 중이다.
혁신의 기운을 가장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일명 ‘도깨비 종합상가‘로 불리던 용산전자상가 15동이다.
매장 이전 및 철수 안내문들이 썰렁하게 붙어있던 이 건물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육성업체)인 ’N15‘가 지난 해부터 드론, 3D프린터, 증강현실 등 IT기반 스타트업 6곳을 입주시키면서 창업의 산실로 거듭났다.
벽이 없는 넓은 사무실로 꾸민 건물 내부에는 젊은 창업가들이 모여 미래 먹거리 기술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허제 N15 대표는 “용산전자상가는 과거 엄청나게 많은 청년들이 몰려왔다. 그때 청년이었던 우리가 이제 현재의 청년들을 용산에 끌어들여야 한국에도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류선종 N15 공동창업자는 “요리에 비유하자면 신선한 ‘재료’(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용산”이라며 “가령 사물인터넷(IoT)사업을 하려면 수백 개의 센서가 필요한데 용산전자상가 내 부품백화점을 활용하면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필요한 부품들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곳에 입주한 한 청년 창업가는 “상인들이 처음에는 우리를 낯설게 봤지만 창업에 필요한 물건을 사고 매일 교류하면서 ‘이제야 비로소 용산상가가 용산다와졌다’고 흐뭇해 한다”고 전했다.
청년 창업가들은 상인들 만큼이나 용산전자상가가 최대 전자제품 시장 중 하나인 중국 화창베이처럼 스타트업과 전자제품시장이 융합된 복합밸리로 재도약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상가 구성원들은 지난해 9월 용산전자상가연합회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으로 혁신을 추진했다. 상가 중심에 위치한 전자월드 건물을 ‘무한창의협력공간‘으로 명명하고 대대적 변화를 준비해 왔다. 건물 내에 3D프린터 전시관을 설치하는 한편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IT 교육의 공간으로 지하층을 바꾸고 있다. 로봇 관련 업체와 대학 동아리들을 이곳에 불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단시간 내에 조립PC를 뚝딱 만들어 팔던 과거에서 벗어나, 상상력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지갑을 자극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주성 과장은 “3D프린터뿐만 아니라, VR(가상현실), 드론, 로봇 등 소비자 관심이 큰 IT기술의 미래가 지금 용산전자상가에서 꿈틀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전자상가의 부활을 북돋는 호재는 외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1700여 객실의 비즈니스호텔 단지로 터미널상가가 재개발 중인데다 여기에 HDC신라면세점까지 들어선다.
면세점과 비즈니스 호텔을 통해 유입되는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용산전자상가에서 지갑을 열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에 총 면적 6만5000㎡, 영업면적 2만7400㎡ 규모의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을 완성해 용산을 외국인 관광·쇼핑의 허브로 집중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중심축으로 용산전자상가연합회, 용산구, 코레일, 호텔신라, 현대산업개발, 현대아이파크몰 등 민관이 한 데 모인 ‘K-디스커버리 협력단’도 최근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입점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가 예상되며 용산전자상가로의 ‘낙수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며 “진입로 확보, 시설개보수, 인프라조성 등 외국인 관광객들을 용산전자상가로 유입시킬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안갑성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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