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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유’ 생활한복 |
한복이 전통 명절에서 탈출했다. 입기 불편하고 격식이 까다롭다는 인식을 깨고, 평상복으로 입어도 손색 없는 ‘생활 한복’이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추석을 맞아 생활 한복에 대한 관심이 한 단계 더 커지는 모양새다. 종전 개량 한복이 통풍과 기능성에 치중해 ‘어르신들’이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깊어진 반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생활 한복은 잘록한 허리라인에 화려한 색감으로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1020세대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생활 한복을 입고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여대생들이 부쩍 늘었다.
25일 매일경제가 생활 한복 트렌드를 읽고 일찌감치 창업에 나선 젊은 디자이너 3인을 만났다.
서울 아현동 ‘미싱골목’에서 생활 한복업체 ‘디망쉬’를 창업한 송덕화씨(25), 한복 가게 가업을 물려받아 새 유행을 발굴한 ‘빛깔고은’의 이재환씨(31),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에서 디자이너로 변신한 ‘웨이유’ 유제환씨(30)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복이 틀에 갇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전통을 재해석해 현대인들로부터 사랑받는 한복을 만들고 싶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송덕화 씨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친척 동생과 대만 여행갔을 때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자연스레 입는 사람들을 보고 생활 한복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아현동 미싱거리에서 나고 자랐는데, 올초부터 소규모 의류 공장 사장님들을 찾아 다니며 의상 컨셉트를 설명하고, 완성품 제작에 나서며 사업을 하게 됐다”며 “이제 국외 거주하는 유학생들이 구매 요청을 해올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재환씨는 “한때 배우로 활동하면서 한국이 가진 문화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한복 업체를 이어받아 연초 생활 한복 브랜드를 런칭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중·고등학생들이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해 생활 한복을 입고 고궁 등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데, 이를 보고 외국인들까지 찾아오고 있다”며 “학생들과 생활 한복 패션쇼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제환씨는 “의류시장이 6~8월은 비수기인데, 추석을 앞두고 배송 요청이 부쩍 늘었다”며 생활 한복 열풍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전통의 멋과 현대 감각을 버무리는 작업이 향후 생활 한복 유행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성이라는 큰 틀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깃과 매듭 등 고유 전통 라인과 오방색 정통성을 벗어나지 않으면
송덕화씨는 “사람들이 왜 한복을 찾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그저 팔기 위해 한복 모양만 가져와 대량 생산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환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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