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12일 공식 발표했다. 야당과 학계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정화’ 결론을 내린 것은 현행 검인정 체제로는 편향성을 바로 잡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인정 체제에서는 정부가 큰 틀의 집필원칙만 정할 뿐, 집필자의 재량권이 큰데다 부적합한 내용에 대해 정부가 수정명령을 내리더라도 집필진이 불복하는 등 사후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황우여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정화 반대와 염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지만, 조금씩 수정하는 것만으로는 끊임없는 편향논란을 불식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 국정화를 결정했다”며 “역사교육의 출발점인 교과서를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정부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국정화 방침 결정으로 이제 국론통합이 과제로 남았다. 국정화 발표 당일인 12일에도 반대 기자회견과 집회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약칭은 ‘올바른 역사 교과서’
정부는 객관적 사실과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잡힌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새 교과서의 별칭을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정했다.
교육부가 정한 집필 원칙은 내용의 균형성·전문성·다양성과 교과서 질 관리 체계 구축이다.
교육부는 권위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해, 균형있고 질 높은 교과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충분한 합의와 검증을 거치기로 했다. 황우여 부총리는 “확정된 사실과 확립된 평가를 기술하되 무게 있는 다양한 이설은 병기하겠다”고 밝혔다.
새 교과서에는 외침과 국난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더 많이 담아 자긍심을 높이다는 원칙도 포함됐다. 현재 정부가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북한 미화나 투쟁 강조 부분은 사라지거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6·25 전쟁의 책임이 남북 양쪽에 있다고 기술하거나, 북한에 대해서는 ‘독재’라는 표현을 2번만 쓴 반면 남한에 대해서는 24번이나 기술한 교과서도 있다”며 “이같은 편향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투쟁의 역사를 강조해야 할 시기도 있었지만 교과서는 투쟁의 역사 뿐 아니라 화합과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근현대사비중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치·경제·사회학자 등도 집필에 참여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를 책임 편찬 기관으로 지정해 교과서 집필을 위탁하기로 했다.
교과서 개발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역사 연구 3기관장, 역사 학계 원로, 교사, 헌법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학부모, 시민단체 인사 등 다양한 구성원을 집필진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교과서 집필을 마치면 전문기관 감수와 ‘웹 전시’ 등을 통한 검증절차도 거칠 예정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다양성을 훼손하고 또 다른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황부총리는 “남북 분단 등 특수한 상황과 이념 간 견해 차이로 인해 논란을 감안할 때,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이 사회적으로 합의됐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국가가 책임지고 역사교과서를 발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배 위원장도 “이념적 논란이 있는 사실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굳이 넣을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시각은 대학 진학 후 자유롭게 논의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3월 학교에 보급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11월 2일까지 시행한 후 11월 5일 이를 고시할 계획이다.
이후 11월 중 교과서 집필진과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회를 구성해 집필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집필진 구성을 공모할 지, 위촉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두 가지 형태를 병행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이미 일부 학자들은 새 교과서 집필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집필은 2016
집필 기간이 1년으로 짧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므로 충분하다는 것이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워회 입장이다.
[이은아 기자 /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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