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8대 국회의원이었던 남 지사는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의원 등과 주도해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해외토픽에 등장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폭력국회’를 없애고, 타협과 합의의 상생정치로 선진화를 이루자는 명분이 크게 설득력을 얻었지만 여야 합의 없이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되면서 “입법 기능 마비로 ‘폭력국회’ 이상의 것을 잃었다”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실제로 국회선진화법의 첫 효력이 발생한 19대 국회에서는 망치, 쇠사슬, 최루탄 등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도구가 사라졌고, 기한내 예산 처리 등 순기능도 있었다.
하지만 청년일자리창출법안 등 민생법안이 수년째 계류되거나 다른 법안 끼워 함께 처리하기, 애초 취지와 다른 변질된 법안이 양산되면서 입법와 행정부의 거리가 멀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밥값을 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법안 처리율도 19대 국회 들어 역대 최저치인 32.2%(1만7309건 가운데 5566건 처리)까지 떨어졌다. 국회선진화법이 작용한 결과란데 이의가 없다.
이런 사정에 대해 남경필 경기지사는 28일 오후 경기도청 중앙언론사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회선진화법이 100% 옳은 것은 아니다. (당시)땜빵식으로 한 것”이라면서 보완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
4선 의원을 하며 이뤄낸 실적 가운데 국회선진화법 주도를 최대 치적의 하나로 꼽아온 남 지사가 도지사 취임 이후 법안의 문제점을 인정하며 구체적으로 개정해야할 내용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 지사는 국회선진화법의 주요 내용중 하나인 안건조정위원회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3년 박근혜 정부의)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시급한 것인데 이 것이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되면서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면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국회선진화법을 함께 만든)돌아가신 박상천 의원, 정장선 의원도 이런 안건이 안건조정위원회에 올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의 본래 취지는 국가적으로 영향이 큰 한미FTA와 같은 사안을 안건조정위에 올려 토론하고, 나머지 안건은 빨리 통과시키자는 것인데 모든 안건이 안건조정위원회에 올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으로 묶여 함께 신설된 국회법 57조2항은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자구심사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 제외)에 대해서는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조정안을 만들고,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정위를 구성하고 90일내 안건이 조정되지 않으면 다시 상임위 소위원회로 회부돼 심사를 거쳐야
남 지사는 “안건조정위에 올릴 수 있는 안건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 놓으면 본래 취지대로 기능을 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안을 새누리당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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