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두 달치를 우선 편성하는 안을 부결했다. 이로써 서울지역에서 보육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임시 예산편성으로 급한 불이 꺼지는 듯 보였지만 시의회의 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일부 강경파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시의원들이 “누리과정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서울시의 보육공백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더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 53명은 26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안 2개월분을 우선 편성하는 안을 논의했으나 상당수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더민주당은 내달 2일 같은 안건으로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재논의할 계획이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예산편성이 불가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 통과가 불투명하다.
‘2개월분 예산 임시편성’이라는 전향적 대안을 꺼내든 시의회는 당초 이날 의총에서 유치원 2개월치 예산 편성안이 통과되는대로 27일 예결위와 29일 본회의를 열고 이달 중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강경파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보육대란의 위기가 현실로 한발짝 다가섰다.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이날 의총에 대해 “정부가 전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라도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잘못된 사실을 용인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의견을 다시 모아 다음 의총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소한 20대 총선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넣겠다는 확답이라도 받아야 해결이 될 거라는 주장이 많았다”며 “임시 방편으로 일부 예산을 편성해 당장의 보육대란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의회의 전향적 변화에 잠시나마 예산 편성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던 유치원장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날 예정된 집회를 철회하고 의총 결과를 지켜보고 있던 서울 시내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부결 소식을 듣고 서울시의회로 집결해 항의했다.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연합회 대표들이 긴급히 모여 시의회에 항의했다”며 “추후 집회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보육대란은 서울시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시의회가 전액 삭감하면서 촉발됐다.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어린이집 과 유치원의 형평성을 위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에서다. 이후 시교육청이 지난 11일 재의를 요구했으나 시의회 다수당인 더민주가 “누리과정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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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수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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