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재학생 이 모씨(24·원자공학과)는 현재 살고 있는 학교 인근 원룸의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방을 구하기 위해 10여군데를 돌아다녔지만 월세와 보증금이 너무 비싸 감당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집이 없어서 못 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치솟은 월세 가격과 대비해 좋은방을 구하는 건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신학기를 앞두고 전·월세 가격 상승 여파로 대학가 주거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울대가 방구하기 전쟁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동문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4명 이상의 입주자들이 월 평균 35만원선에 주택, 오피스텔, 아파트 등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 주택은 최저 월 20만원이면 가능하고 아파트의 경우 1인 1실은 최대 50만원까지다. 총학생회가 청년 스타트업과 주거복지 사업을 추진하는 대학 최초의 사례로 ‘공유경제’ 개념을 접목, 주거난 해결은 물론 대학가에서 희미해진 공동체 문화를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58대 총학생회인 ‘디테일’은 28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총학이 기획하고 서울대 대학원생이 창업한 소셜 벤처 '코티에이블'이 운영하는 공동주거사업(셰어하우스) '모두의 하우스'의 1차 입주자 24명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셰어하우스란 다수의 입주자가 한 집에 거주하면서 보증금, 월세, 관리비 등의 경제적인 부분을 분담해 경제적 부담은 줄이고 주방, 욕실 등 공동 공간을 제외한 개인 공간은 따로 사용해 생활을 함께하는 대안 주거 형태를 말한다. 총학은 '모두의 하우스'를 통해 총 56명의 입주자를 모집해 서울대입구, 낙성대 일대 아파트 및 주택 10여곳에서 1년간 함께 생활하는 '주거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선발된 24명의 1차 입주자는 내달 6일 입주할 예정으로 아직 선발되지 않은 2차 입주자 32명은 3월 새학기 개강 전까지 입주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셰어하우스 운영을 맡은 안혜린 코티에이블 대표는 “서울대 기숙사 수용률은 11~12%에 불과해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라며 “학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저렴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총학과 코티에이블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돼 공익차원에서 도움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셰어하우스 문화의 저변 확대가 대학가 주거난 해결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총학의 실험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도 뜨겁다. 개강을 앞두 최근 전세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총학이 실시한 수요조사에 불과 5일 새 400여명이 학생들이 입주 의사를 밝혔다. 특히 24명을 선발한 1차 입주자 모집에는 140여명의 학생이 몰려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학생회 주거팀 관계자는 “치솟는 주거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가격 대비 주거 질이 높은 셰어하우스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의 수요를 고려해 신입생 기숙사 발표에 맞춰 추가 모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초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대학생원룸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에 거주중인 대학생의 68%가 원룸에 거주 중이며, 월세 형태의 학생 727명의 평균 보증금은 1418만원(월세 42만원)에 달했다. 또 관리비를 납부하는 원룸 세입자 대학생의 월 평균관리비는 5만 7710원으로 관리비를 납부하는 대학생의 43.3%가 '관리비가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서울대 총학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외에도 재학생 스타트업과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코티에이블과 '모두의 하우스' 프로젝트 이 외에 작년 12월에는 서울대 인근에 주거 공간을 구하는 학생들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자 재학생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와 손잡고 서울대 주변 원룸평가사이트인 '집테일'을 론칭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주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이 역시 '경험의 공유경제 모델'로 주목된다.
김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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