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절했다가 신고·적발되는 사례가 5년만에 13배나 늘어났다.
소득을 숨겨 세금을 덜 내려고 차명계좌를 통해 비용을 입금받는 등 온갖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자가 이를 미발급했다가 적발돼 부과받은 과태료는 총 4903건, 80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전문직과 병·의원에만 총 11억5100만원이 부과됐다. 2014년 8억8300만원에서 30.4% 증가한 수치다.
전문직과 병·의원에 부과된 과태료는 최근 수년간 급증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0년 8600만원에서 5년새 1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그 내역이 국세청에 신고되기 때문에 세원 포착이 쉬워진다. 발급받는 개인은 연말정산 소득공제에 활용할 수도 있다. 현금 영수증을 고의적으로 미발행한 것은 소득 탈루를 위해 대놓고 신고 매출을 줄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무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이런 현금영수증 미발행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전문직 업종은 의사와 변호사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들 두 업종은 법인보다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법인들은 비용처리 등 문제로 세금계산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과의 거래는 매출을 숨기기 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흔한 수법은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수임료의 경우 의뢰인이 요구해도 간이영수증만 써줄 뿐 현금영수증을 써주지 않거나, 일부 액수에 대해서만 발급해주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형외과 등 병원에서는 현금결제시 진료·수술비를 할인해준다고 꼬드긴 뒤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가 적발된 곳도 많다. 이미 끝난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미발행 신고가 여러번 접수되는 등 탈루 정황이 포착되는 사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확인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지하경제로 흘러가는 돈의 규모는 훨씬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제세 의원은 “현금영수증 미발행 적발이 늘었다는 것은 탈세 시도 증가를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국세청은 관리감독과 더불어 성실납세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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