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림이법’ 1년에도 안전 뒤로 한 어린이 통학차량

# 지난달 16일 서울 이수역 부근에서 유치원생을 태운 승합차가 아찔한 곡예운전을 벌였다. 이 승합차를 운전했던 A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 다행히 경찰에 적발되어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자칫 음주운전이 계속 이어졌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용인에서 한 어린이 통학버스가 아이들을 태우고 출발했다. 그러나 이내 뒷문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였다. 뒷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채로 차가 급하게 출발하면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여아가 떨어져 숨지고 말았다.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 의무를 강화한 이른바 ‘세림이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도로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림이법’은 지난 2013년 충북 청주에서 당시 3세이던 김세림양이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것을 계기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의무를 대폭 강화한 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중이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3월 15일까지 전국 어린이통학차량 단속 건수는 7923건으로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2015건보다 4배 가량 많이 적발됐다.전좌석 안전띠 미착용이 6261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운전자 의무위반 741건, 미신고 운행 97건, 기타 824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전좌석 안전띠 미착용이 1373건, 운전자 의무위반이 326건, 미신고운행 220건, 기타 96건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작년 1월 시행된 세림이법의 단속 유예로 같은해 9월부터 단속을 시작했기 때문에 올해 적발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크게 차이나는 수치라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2015년 1∼2월 1440건이었다가 올해 1∼2월에는 1292건으로 줄어든 반면 사망사고는 같은 기간 3명에서 18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부분이 어린이가 차에 타 있는 상태에서 카시트, 안전띠 등 안전 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사고가 났을 때 사망했다.
경찰은 “유아용 카시트를 장착하고 안전띠를 매게 하는 것이 의무임에도 아직 안전의식이 미흡하다”며 “어린이 안전을 위해 부모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청은 16일 국민안전처, 국토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 회의를 열고 일반차량에서 안전장구 착용 관리, 보행안전 교육 등 홍보와 단속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어린이 교통안전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