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은 조금 못 보면 낮은 수준의 대학에 가면 되지만 공무원시험은 잘 보고 조금 잘 보고의 문제가 아니라 합격과 불합격만이 있을뿐입니다. 시험당일에 컨디션이 안 좋거나 해서 시험을 망치면 1년을 기다려야하니 (대입 수능에 비해) 긴장감이 훨씬 클 수 밖에 없습니다.”(대학 2학년을 마친후 공무원시험을 1년 준비한 김모씨·25)
공무원시험 사상 최대규모의 22만1853명이 지원하는 시험(9일·국가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이틀 앞둔 7일, 공시족(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메카이자 국내 최대의 고시촌인 노량진은 외견상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노량진 만양로18길을 따라 도로 양쪽에 늘어선 벚꽃과 국회의원 후보자의 플래카드가 시간이 흘러가 지금이 4월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뿐이다.
‘2016 노량진별곡’의 주인공들은 독서실과 학원 로비·자습실에서 묵묵히 인생 최대의 사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시간 100분·문제 100개에 1년 인생을 건 싸움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중인 것이다.
한산한 길거리와 달리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대형 공무원시험 학원에는 수백명이 강의실을 가득 채운채 마지막 특강이 진행됐다. 강의실 옆의 로비와 의자는 그들의 어깨너비만한 작은 학습공간이다.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고 길에서 만나는 그들은 묵묵부답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송모씨(29)는 “지난주에 학원 특강이 많았고 이번주는 학생들이 자기 시간을 가능한 많이 가지면서 마무리하는 기간”이라며 “시험을 불과 며칠 앞둔 지금은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해 예민하다”고 말했다.
10대에서 50대까지 사실상 전세대를 아우르는 공시족들은 시간과 사투를 벌이며 극도의 긴장감을 누그러뜨기 위해 약의 도움을 받고 있다. 노량진 학원가 중심부의 한 약국 약사는 “시험이 있는 주가 되면 우황청심환이나 수면유도제의 판매량이 늘어난다”며 “감기증세가 있으면 시험 전에 감기가 낫도록 성분이 강한 약을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모씨(27)는 “시험이 다가오면 스트레스에 잠이 안와 밤 늦게 자고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 하루 공부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수면유도제를 찾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시족들에게는 평소와 같은 주변 상황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듯했다. 고시원 뷔페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46)는 “몇 년 전에 시험 기간의 식단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음식으로 바꿔본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공시족 개개인들은 나름의 생활습관과 징크스 등이 있어서 스스로 조절해왔는데 주위에서 변화하면 평소의 흐름을 깨는 결과가 나와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험 기간에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확연히 준다”며 “대부분 독서실이나 학원 등 공부하는 공간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 공시족이 정부서울청사를 무단으로 잠입해 성적을 조작한 사건과 관련해 대부분의 공시족들은 심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도를 넘어선 행동으로 봤다. 김모씨(28)는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불법을 저질렀고 이에 따라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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