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에 뚫린 인사혁신처 컴퓨터, 보안지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원인
![]() |
↑ 인사혁신처/사진=연합뉴스 |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7)씨가 자신의 성적을 조작한 인사혁신처 컴퓨터(PC)가 공무원 PC 보안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송씨가 접속한 PC 2대를 살펴본 결과, 4개 항목의 공무원 PC 보안 지침 중 2개만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7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운영체제(OS) 설치 프로그램이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PC에 꽂아 비밀번호를 해제했다는 송씨 진술을 토대로 비밀번호 해제 과정을 재연했습니다.
그 결과 부팅 단계 시모스(CMOS) 암호와 문서 암호는 설정되지 않았고, 윈도 OS와 화면보호기에만 암호가 걸려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 해당 PC를 이용해 송씨 진술대로 프로그램을 돌려 보니 시모스 암호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용 프로그램은 리눅스(LINUX)는 아니었고, 프로그램으로 비밀번호를 무력화한 흔적이 그대로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송씨가 범행 이후 잠적하지 않고, 휴대전화도 그대로 사용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송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씨는 의무경찰 청사경비대원으로 복무한 적이 없는 등 내부에서 그를 도울 만한 인물의 존재도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인사처가 입주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송씨 진술을 대조한 결과, 그가 2월28일 최초로 청사에 들어가 공무원 신분증을 훔친 뒤 4월1일까지 5차례 청사에 침입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2월28일 외출·외박에서 복귀하는 청사경비대 소속 의무경찰들 틈에 끼어 청사 후문 민원실을 통과해 본관으로 진입한 뒤 1층 체력단련실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쳐 사용했습니다.
당일 송씨는 인사처 사무실에 들어가 필기시험 문제지를 훔치려고 했으나 사무실 출입문이 디지털 도어록으로 잠겨 있어 실패했습니다.
시험 다음날인 3월6일에는 자신의 답안지를 찾아 조작하려고 다시 청사에 들어갔으나 역시 사무실 문을 열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3월24일 다시 청사에 진입한 그는 채용관리과 사무실 출입문 모서리에 4자리 숫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도어록에 입력했습니다. 송씨는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사무실 안으로 침입했습니다.
벽면에 적힌 비밀번호는 청사 청소용역 직원들이 업무상 편의를 위해 여러 사무실 벽에 적어 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벽면 비밀번호는 경찰 수사 의뢰 전 청사 쪽에서 이미 지운 상태였습니다. 인사처는 수사 의뢰 당시 비밀번호 존재를 경찰에 알리지 않았고, 경찰이 채용 담당 사무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이틀 뒤인 26일 운영체제(OS) 설치 프로그램으로 인사처 사무실 PC 비밀번호를 풀고 성적을 조작한 뒤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송씨가 범행 이후인 이달 1일에도 청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행정자치부 소속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다음주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