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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역 역경사 개선관로 구간 <사진제공=서울시> |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18일 “강남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인근 하수관로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공사 비용 54억원을 삼성전자가 부담하는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강남역 침수가 일어난 지난 2011년부터 진행된 협상이 5년만에 잠정 타결상태에 이른 것이다. 양측 간 합의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서울시가 진행하는 ‘역경사로’ 하수관로를 직선으로 개선하는 공사비 54억원 전액을 부담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강남역 상습침수 문제는 삼성타운 입주 전부터 발생했던 것이어서 재계 내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서울시와 지자체 강요 등 관가 떼법에 굴복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침수 피해가 컸던 2010년, 2011년만 보더라도 삼성전자 사옥 신축과 관계 없이 하수관로 설치가 안 돼 있던 시기였다. 이처럼 저지대의 구조적 특성으로 큰비가 올 때마다 상습침수되는 강남역 일대에 삼성타운이 조성되면서 그 책임주체로 매년 삼성이 지목되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삼성전자가 강남역에 사옥 신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설치가 예정된 ‘직선’ 하수관로가 ‘역경사’로 변경돼 강남역 침수가 계속됐다는 논리로 54억원의 공사비 부담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역경사 논란 역시 문제의 발단은 서초구의 허술한 심사와 승인에 있다는 게 토목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구는 지난 2007년 하수관로 확장공사가 예정된 장소에 삼성사옥과 강남역을 연결하는 보행로 설치를 허가했다. 설치 과정에서 기존에 공사가 예정된 하수관로가 보행로와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자 뒤늦게 ‘역경사 형태’로 설계 변경을 승인하면서 배수 환경을 악화시켰다.
여론과 시민단체의 압박도 삼성의 공사비 전액부담 결정을 압박한 요인이 됐다. 2013년 서울환경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가 “2010년 이후 해마다 계속되는 강남역 침수의 주요 원인은 삼성전자 지하 연결통로 때문”이라고 주장하자 문승국 당시 서울시 행정2부시장까지 나서서 “하수관로 변경이 합법적인 허가라고 하더라도 삼성이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더라도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는 것은 강남역 침수에 대해 삼성전자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격이어서, 향후 침수 피해를 입은 강남역 일대 주민과 상인들이 삼성전자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저지대’라는 강남역 일대의 구조적 특성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여서 당장 올해 장마철 이후 이 같은 법적 리스크는 현실화할 수 있다.
앞서 감사원은 2012년 “10년에 한번꼴로 내리는 시간당 75mm의 폭우가 오면 당초 설계대로는 침수되지 않는 4개 맨홀(사초사옥 부근 하수관로)에서 시간당 81㎥ 물이 솟구친다”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시간당 75mm의 폭우가 올 경우 강남역에 쏟아지는 물의 양은 전체 11만㎥에 달해 81㎥의 추가 배수여력으로는 강남역 일대의 고질적 침수 문제
법조계 관계자는 “강남역 침수방지 공사비를 전액 삼성이 부담한다는 것은 침수의 책임이 삼성전자에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논리가 된다”며 “역경사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침수 피해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삼성으로서는 법적 부담만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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