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들이 퇴직 후 고액 연봉을 약속받고 용역업체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심지어 조건부 ‘메트로 복직’ 약속까지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이 이직한 용역업체와 서울메트로의 위탁용역 계약이 해지되거나, 업체가 파산하면 기존에 받았던 명예퇴직금 반납을 조건으로 서울메트로 내 원래 직급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서울 시민의 안전보다는 메트로 직원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치중해 용역업체와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9일 서울시의회 우형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1년 말 설립된 은성PSD로 전직한 메트로 직원들이 회사가 문을 닫거나 메트로와 계약 해지 시 복직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주장했다. 용역업체 낙하산 고용과 메트로 수준에 준하는 고임금·복지를 보장받은 가운데, 용역업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메트로로 재입사하는 특혜 조항이 있었던 것이다.
서울메트로 인사규정 제2장 제12조 신규채용항목에는 ‘업무분사로 퇴직한 자로서 분사회사에 재직 중 분사회사가 파산하거나 위탁계약이 해지돼 서울메트로 퇴직시에 재직한 직급에 재임용하는 경우’로 명시됐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도 자회사로 옮겨간 직원들, 일명 ‘보전자’들이 복직 보장 등을 포함해 비슷한 조건의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 복직 조건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당시 서울시에서 구조조정을 요구해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데 누구도 그냥 나가려 하지 않아서 이같은 조항을 넣어 용역업체로 내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중이던 2008년부터 산하기관 경영효율화를 외치며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스크린도어 관리 위탁용역은 이달 말 만료된다. 이 때문에 서울메트로 출신 은성PSD 직원들이 다음달부터 대거 복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모씨(19)와 함께 은성PSD에 채용됐던 고졸 직원 16명은 재고용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아 속을 태워야 하는 실정이다.
구의역 사고로 확산되는 메피아 비리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광진경찰서, 강남경찰서와 합동으로 수사관 163명을 동원해 서울메트로 본사, 은성PSD 본사와 강남북 지사, 유진메트로컴 본사, 구의역, 강남역 등 총 10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 사건 수사 방향을 △용역입찰을 둘러싼 메트로·용역업체 간 비리 △해당 기관들의 안전예산 등 사업비 횡령 의혹 △안전규칙 미이행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 등 크게 3가지 갈래로 잡았다. 압수수색에 앞서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서울시와 메트로, 하청업체 등 각 단계별로 비리가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중대한 위기감을 일으킨 사건으로 업무상 단순 과실치사 수준으로 용인될 수 없는 사안에 해당한다”며 “메트로와 용역업체에서
한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발생 12일 만인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사고 희생자 김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장지는 서울 추모공원이다.
[백상경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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