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서울메트로가 역무원의 근무형태를 바꾼 것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사고 당시 구의역에는 안전업무를 지원하는 지하철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지 않는 등 안일한 인력운용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매일경제신문 취재 결과 서울메트로는 지난 1월부터 ‘3조 2교대’였던 역무원들의 근무형태를 ‘4조2교대’로 변경해 시행해왔다. 업무의 강도를 낮추고 연속적인 밤샘야근으로 역무원들의 컨디션 관리가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자며 지난해말 노사가 합의한 사항이었다.
한 달 간 최대 8번, 두 주간 집중적으로 5번의 밤샘야근을 해야하는 ‘3조 2교대’와는 달리 ‘4조 2교대’는 ‘주간-야간-비번-휴무’로 이어지는 4일 단위로 근무할 수 있다. 문제는 조를 3개에서 4개로 늘리면서 동시간대에 함께 일하는 역무원 수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1개 조당 평균 4명의 역무원들이 근무했던 것과 달리 4조 방식에서 인원이 1명씩 줄어들어 역사 내 안전관리 업무를 나눴다. 당연히 줄어든 사람 수만큼 안전관리 업무에 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동시 근무인원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난 2012년 구성된 서울시 지하철 최적근무위원회의 논의 끝에 지하철 역무원들의 업무성격 상 ‘4조2교대’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을 통해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역내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허술한 관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8일 김씨(19) 사망 당시 사회복무요원은 28일~30일까지 3일 간 병가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3일간 자리를 비우게 된 상황에서도 구의역은 대체인력을 구하거나 근무 스케줄을 전혀 조율하지 않았다. 통상 3일 이상의 병가는 사전에 근무를 바꾸거나 해서 최대한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근무를 실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은 사고 당시 역무원들이 없었더라도 최소한 사회복무요원이 지원 업무를 했다면 김 씨가 화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실제 스크린도어 정비직원이 작업을 할 때 사회복무요원은 해당 정비직원 주변에서 탑승객과 정비직원의 안전 상황을 점검하는 게 업무 관행이었다.
지난 2013년까지 2호선 왕십리 역에서 근무했던 사회복무요원 출신 C모 씨(27)는 “역무실에서 스크린도어 고장을 인지하는 순간 사회복무요원들이 승강장으로 내려간다”며 “고장난 스크린도어 앞에 서서 정비
독립문역·이대역 등에서 근무했다는 K모 씨(30)는 “역무원들은 스크린도어 정비에 신경을 안 쓴다. 직원들이 승강장에 내려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거듭 김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인재였다고 아쉬워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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