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검찰개혁을 추진하려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한 말입니다. 열띤 토론 중 당시 수원지검 김영종 검사가 대통령 면전에서 대통령의 수사 청탁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지요. 최고 권력자 앞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검찰과 대통령의 대화는 결론없이 마무리 됐고,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검찰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떨까요?
폭언과 폭력으로 후배 검사를 자살로 내몬 모 부장 검사, 법조 로비 의혹에 연루돼 재판 중인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넥슨 주식 대박 의혹으로 검찰 역사 68년 만에 처음으로 현직에서 구속 기소된 진경준 검사장, 꼬리에 꼬리를 문 의혹에 특별감찰을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까지…. 참,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틀전, 국민의당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은 또 기각됐습니다. 지난 7월 12일 기각된 이후 재청구 한건데 말이지요.
서부지검 상급기관인 대검 공안부까지 나서 '이들에 대한 혐의가 20대 총선 선거사범 가운데 가장 무겁다'며 지원 사격을 해줬고, 검찰은 '충분한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이라고 강조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장이 기각된 겁니다! 뭐, 진경준 검사장 건이나 후배 검사를 자살로 몰고 간 부장 검사 건은 검찰 조직 내부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를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검찰 본연의 업무입니다. 검찰이 존재하는 이유인 거죠. 그런데 본연의 임무에서조차 이렇게 번번이 미끄러지면서 검찰의 근간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물론 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충분한 증거와 근거없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건 수세에 몰린 검찰이 국면을 전환하려고 억지를 쓴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한거죠.
당연히 정치권의 반격도 시작됐습니다.
-우상호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어제, 기자간담회)
"8월 국회에서 일부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검찰개혁을 저희가 주장을 할 것이고요."
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SNS를 통해 '야권 공조로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걸 예상못했던 걸까요?
왜 이런 자충수를 뒀을까요?
지난주 검찰이 또 '셀프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을 때도 우려 섞인 시각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검찰 본연의 임무인 수사에서까지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네요.
오늘밤 나올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의 영장 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검찰에 또 다른, 아니 엎친 데 덮친 거라고 해야할까요? 위기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