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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응시자가 소형 캠핑카 운전면허시험을 치르고 있다. <한주형기자> |
지난 7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소형 견인차 면허’에 대한 관심이 여름휴가철을 맞이해 부쩍 높아진 가운데 강남시험장을 비롯한 전국 면허시험장엔 이 면허를 따기 위한 시민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곳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2차례 시험이 있지만 한달 전에 응시인원이 거의 ‘꽉’ 차버렸을 정도다.
기자 역시 올 여름이 가기전 캠핑카를 몰고 조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나보겠단 야심찬 계획을 갖고 이 면허에 도전장을 냈다. ‘캠핑카 면허’로 불리는 이 시험에서는 이동식 주택이라고 불리는 ‘카라반’과 소형보트 등 720kg~3t 이하의 견인물을 끌 수 있지 여부를 테스트한다. 응시 자격은 운전경력 1년 이상이며 1종과 2종 보통면허 이상 소지자다. 이전에는 캠핑카를 운전하려면 30t 이상 대형 트럭차량으로 견인물을 끄는 ‘1종 특수 트레일러면허’를 따야 했으나 최근 캠핑과 레저 인구가 늘어나자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이보다 취득이 쉬운 ‘소형 견인차 면허시험’을 지난 7월 말부터 신설했다.
이 시험에선 1종 보통 면허시험 차종인 1t 트럭차량에 트레일러를 메달고 굴절·곡선·방향전환 등 3단계 코스를 통과하면 된다. 먼저 지하 1층에서 검사료 6000원을 낸 뒤 시력·운동능력·청력 등 간단한 검사를 거쳤다. 이어 2층으로 올라가 시험 응시료로 1만7000원을 낸 뒤 한시간의 대기시간을 거쳐 오후 4시께 시험이 시작됐다. 순서는 응시자 6명 중 맨 마지막이었다.
굴절 코스는 직각으로 두번 꺾여진 코스를 통과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러나 여지껏 한번도 견인물을 단 차량을 운전해 본 적 없는 기자에겐 첫 관문인 굴절코스부터 심리적 압박감이 팽배했다. 직진주행 할 때 조차 견인차가 제대로 끌려오는지 불안불안 했다. 첫 번째 회전 시험은 아슬아슬하게 코스를 지켜냈지만 결국 두번째 회전 코스에서 긴장한 탓에 바로 시동을 꺼트렸다. ‘불합격’ 판정이 내렸다.
원래는 차량에서 바로 내려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염치불문하고 취재를 위해 직원들에게 나머지 코스 안내주행을 부탁했다.
두번째 코스인 곡선코스는 비교적 무난했다. 핸들조작이 크지 않아 대부분 응시자들이 수월하게 통과하는 듯 했다.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코스는 방향전환코스다. T자 모양의 도로에서 후진을 이용해 반대편으로 빠져나오는 이 코스가 특이 어려운 이유는 후진할 때 뒤에 매달린 트레일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 앞에서 먼저 도전한 여럿의 응시생도 모두 이 코스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면허시험장 관계자가 “뒤에 매달린 트레일러 때문에 후진하는 법이 일반 차량과 반대”라며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려서 견인물을 밀어놓고 왼쪽으로 핸들을 돌려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생각과 손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후진 조작을 한지 몇초가 지나지 않아 바로 ‘경보음’이 올려댔고 트레일러를 움직이는 내내 차안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감독직원은 “운전차량과 트레일러와의 각도가 90도 이상 되면 경보음이 울린다”고 말했다.
이 날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소형견인차 면허시험을 본 27명의 응시자 중 합격자는 박씨 등을 포함해 총 17명. 합격률은 62.96%.
대부분 자동차딜러·트레일러기사 등 운전과 관련된 직종에 일하거나 운전경력이 10년 이상 오래된 숙련자들이었다. 시험 시행 첫날이었던 7월 28일 합격률(47.83%)과 비교하면 합격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캠핑카를 멋지게 운전하는 ‘아빠’ ‘삼촌’이되는 길은 보통 운전자들에게 결코 쉬운일이 아닌듯 했다.
특히 사설 운전면허 학원에서도 이 면허과정은 아직 취급하지 않고 잇어 응시자들이 시험에 대비해 실습을 해거나 연습 주행을 해볼 수 있는 시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 응시자들은 시험 응시 전 온라인을 통해서 익힌 ‘공식’ 몇 가지를 숙지한 뒤 현장에서 우여곡절 끝에 면허를 따고 있는 실정이다.
시험에 불합격하면 3일 이후부터 재시험을
[연규욱 기자 /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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