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사고 날까봐 한숨도 못 잤습니더.”
13일 경주 지진으로 수동정지된 월성원전에 인접한 경주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전 후문 앞으로 형성된 상권을 가로지르는 도로 곳곳에는 추석을 앞두고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가 내걸렸으나 간 밤의 지진 여파로 명절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월성원전 후문 원전 홍보관 인근에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간 밤에 발생한 지진에 대해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부엌에서 식기가 떨어져 깨지고, 학교 등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인들은 비가 오는 밤에 비닐을 덮어 쓰고 공터에 모여 불안에 떨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나아리 주민 황모 씨(69)는 “두번째 지진이 끝난 뒤에도 여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한 주민들이 많다”며 “월성원전은 중수로여서 다른 원전보다 위험하다고 하는 데 올들어 큰 지진까지 3번이나 발생하니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토로했다.
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늑장 대응을 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한 뒤 월성원전의 안전에 대한 궁금증이 폭증했으나 지진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원전으로부터 안전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홍중표 나아리 이장은 “원전 안전 이전에 주민들의 불안감부터 해소했어야 했다”며 “월성원전은 지진이 나고 1시간 뒤에 ‘이상없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원전이 지척인 데 주민들이 뉴스를 보고 원전 상황을 파악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62)은 “경주시는 밖으로 대피하라고 재난 방송을 했는 데 만일 원전 사고가 한꺼번에 발생했다면 방사능 때문에 밖으로 나가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경주시와 한수원은 지진과 원전 사고가 동시에 일어났을 때 대피 방법을 제대로 알려달
한수원은 지난 12일 밤 규모 5.1과 5.8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자 지진행동 매뉴얼에 따라 위기 경보를 발령하고, 정밀 안전 점검을 위해 월성원전 1,2,3,4호기를 순차적으로 수동정지했다. 경주 신월성1,2호기는 정상 운전을 하고 있다.
[경주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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