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속에서 이웃들을 구하기 위해 5층 빌라 여기저기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다 유독가스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던 ‘의인’ 안치범(28) 씨가 끝내 숨졌다.
안씨는 사고 이후 약 열흘 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후 큰 고비를 넘기며 버텨 왔지만 11일 만인 20일 새벽 2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성우를 꿈꾸던 안씨는 두달 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 원룸으로 이사를 왔다. 곧 있을 방송사 성우공채를 준비하며 근처 학원을 다녔던 것.
그러나 지난 9일 오전 4시쯤 안 씨가 살던 5층짜리 원룸 빌라에 불이 났다. 안씨 바로 아래층에 살던 여성의 전 남자친구가 홧김에 지른 불이었다. 불이 난 사실을 알고 탈출한 안씨는 119에 신고한 뒤 다시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화재 초기에 대피했던 안씨가 건물을 올려다보다 다시 건물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인근 CCTV에 잡혔다. 16명의 이웃들은 건물을 무사히 빠져나왔고 경찰과 안씨 유족에게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다고 말해줬다”고 증언했다.
정작 안씨는 건물 4층으로 가는 5층 옥상 입구 부근에서 유독 가스에 질식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오른 손에 화상을 입었는데 유가족들은 그가 타오르는 불길 때문에 뜨거워진 문을 두드리느라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은 안 씨가 자기보다는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청년이었다고 회상했다. 유족들은 안씨의 의로운 행동을 기리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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