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이달초에 발표한 대학특성화(CK)사업에서 원래 점수가 60점 미만이어서 탈락대상이었던 대학을 대거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으며 ‘깜깜이’ 평가를 해온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의 실상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1조5000억원(올해 기준)에 달하는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대한 부실 평가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대학특성화(CK)사업 재선정 평가 내부결과를 매일경제가 단독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종 선정된 89개 사업단(58개 대학) 가운데 78곳이 원점수(100점 만점)가 과락 기준인 60점을 밑돌아 탈락해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 의원측은 “대부분의 사업단이 과락기준을 넘기지 못해 평가위원들이 매우 당황해한 것으로 안다”면서 “CK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가점을 고려해 사업대학을 선정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사업 주무기관인 한국연구재단과 교육부에 확인한 결과 “처음에는 평가위원에게 다른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마찬가지로 60점을 과락기준으로 정해서 통보했다”고 시인했다.
결국 전체의 88%가 기준에 미달했지만 사업단별 평균 6억6000만원씩, 총 515억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심지어 교육부가 CK사업 우수사례로 공개한 13개 대학중에서도 원점수가 60점을 넘어선 곳은 두 곳(부산대·광운대)에 그쳤다.
교육부는 과락대학이 몰리자 편법을 동원했다. 한곳만 지원한 곳은 절대평가를, 복수 신청한 곳은 상대평가라는 이중기준을 적용했다. 실제로 국가지원 유형(예체능)으로 대구경북·강원권에 지원한 영남대는 원점수 54.44점을 받았다. 그런데 영남대가 지원한 분야에 지원한 대학이 1곳 뿐이자 과락기준을 적용해 가점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바로 탈락시켰다. 같은 분야에 호남·제주권 신청을 했던 A대는 영남대에 뒤지는 원점수(54.27점)을 받고도 지원 대학이 2곳을 넘어 원평가를 통과시켰고 결국 가산점(10점)을 더해 최종 선정됐다.
가점을 적용한 평가로 희비가 엇갈린 대학도 생겼다. 국가지원유형(국제화)부문 서울권역에 신청한 서울시립대학교는 원점수 54.75점, 가산점(6.5점)을 합해 61.25점의 총점을 받았다. 인천대는 원점수 54.14점으로 시립대에 뒤졌지만 가점(10점)을 더해 총 64.14점을 받았다. 원점수 기준으로 우위에 있었던 서울시립대가 본 평가와 상관없는 가점으로 인천대에 뒤지며 결국 탈락했다.
국가지원유형 인문사회분야 동남권역에 지원한 경상도 소재 D대학의 한 사업단은 원점수 50.95점을, 같은 부문에서 최고점을 받은 부산 소재 C대학의 원점수는 62.03점을 받았다. 내부 심의기준을 적용하면 D대학은 탈락하고 C대학은 선정돼야 했지만 D대학은 가산점 9.5점을 받아 총점 60.45점으로 최종 선정됐다.
노웅래 의원은 “CK사업과 같은 현재의 교육부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대학의 경쟁력이나 연구역량 강화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자율적인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대학을 줄세우고 길들이기 위한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CK(university for Creative Korea)사업은 대학의 강점분야를 지원하는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2014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338개 사업단(106개 대학)을 선정해 매년 2467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사업시행 2주년을 맞아 중간평가를 통해 지난 5일 89개 사업단(신규 62·재선정 27)을 재선정했다. 평가는 두 단계로 나뉘어 대학(30%)과 사업단(70%)을 대상으로 정량·정성평가로 이뤄졌다. 여기에 정원 감축(3점)과 대학의 협력적 거버넌스 운영(대학총장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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