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강간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십수년만 재수사에 착수한 한 형사에 의해 경찰에 붙잡혔다.
21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영수사대는 18년 전인 1998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부 A(당시 34)씨를성폭행한 후 목졸라 살해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1998년 10월 27일 오후 1시께 A씨가 살고 있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집을 보러 왔다”며 들어가 A씨를 결박해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도봉경찰서는 사건 현장에서 체취한 체액와 사건 당일 한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촬영된 사진을 바탕으로 2년 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피의자를 특정해내는 데 실패했다.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한 이 사건은 당시 ‘막내’로 수사에 참여했던 김응휘 경위(당시 경장)가 최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전입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해결될 수 있었다. 김 경위는 피의자의 얼굴 사진과 DNA, 혈액형 등 단서가 남아 있다는 점을 착안했다. 2010년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되면서 수사 여건이 좋아진 점도 김 경위를 부추겼다. 공소시효가 15년인 일반 강간살인 사건과는 달리 DNA 등 증거가 있으면 시효를 10년 늘리도록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재수사를 하게 된 배경이었다.
김 경위는 피의자가 범행당시 20대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1965∼1975년 사이 출생한 유사수법 전과자 8000명 중 동일 혈액형 보유자 125명을 추려내 이를 당시 피의자 사진과 대조한 결과, 오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김 경위는 오씨의 DNA가 당시 범인의 것과 일치한 다는 감정결과를 받고 그의 주거지 등에서 잠복해 결국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오씨는 경찰조사에서 “전셋집을 얻기 위해 피해자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경찰은 그간 오씨의 행적을 면밀히 수사해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김 경위는 “형사라면 누구나 미제로 남은 강력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나 역시도 (당시 사건을)가슴에 계속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