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34)는 최근 여자친구와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진풍경을 봤다. 복권판매소 앞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당첨금 때문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복권을 구입한 ‘로또열풍’ 이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면서 복권을 사려고 해서 놀랐다”며 “다음에는 나도 한 번 구입해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최근 복권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3조원 수준에 그쳤던 복권판매금액이 올해 들어서는 3조8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로또 열풍이 한창 불었던 2000년대 중반 4조원에 거의 육박하는 수치다.
하지만 화려한 실상 뒤에는 암울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복권 구매패턴 이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복권위원회 사무처가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을 통해 복권구입자 54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월평균 4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가구(2인가구 이상)가 전체 복권의 55.3%를 구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월평균 200만원 이하 가구는 구입금액이 전체금액의 5.9%에 불과했다.
통계청 가구소득분위 분위 기준을 적용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통상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3분위 이상(상위 60%)이 전체 복권의 70%를 구매했다. 반면 저소득층인 1분위(하위 20%)는 구매비율이 8.9%에 그쳤다. 한마디로 복권도 이제는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서민 이하 취약계층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복권 구매를 늘릴 것이라는 통념과 배치된다.
복권위 사무처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오히려 복권판매액이 줄었었다”며 “최근 복권판매량 증가는 경기 하락보다는 판매점이 늘어난 것이 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재부는 최근 3년간 저소득층 국가유공자 등이 운영하는 소매판매점을 중심으로 약 2000개 가량 복권판매소를 늘려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말 즈음에는 전국에 복권판매소가 7500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이 중산층 이상이 주로 구매해 조성된 복권기금은 주로 저소득층을 위해 쓰인다.
복권위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기금 1조6680억원 중 약 88.4%인 1조4740억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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