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일 서울 외발산동 강서운전면허 시험장에서 본지 기자가 새로 도입되는 직각주차(T코스)를 위해 운전면허시험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
이날 기능시험장 안내소를 기준으로 좌측에는 새로운 운전면허 기능시험 코스가, 우측으로는 21일로 사용 시한을 마감하는 현행 기능시험장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번 운전면허 시험 개정으로 새로운 운전면허 기능시험장에는 고난도 코스인 경사로와 직각주차(T자 코스)를 비롯해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가속 코스가 추가됐다. 평가항목이 현행 2개에서 7개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전체 주행 거리도 300미터. 고작 50여 미터를 직진하면 되는 현행 시험장 보다 활동 범위가 크게 늘었다.
때문에 현행 운전면허시험장의 풍경도 막바지 '물면허' 취득을 위한 열기로 뜨거웠다. 현행 운전면허시험장 기능시험 코스는 일직선, 가벼운 운전 장치 조작과 돌발 상황에 급정지를 완수하면 합격하는 방식이다. 시험 시간도 5분 남짓이라 이날 현행 면허시험장에서는 "00번 차량. 합격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운전을 오래 하셨어도 한 번에 붙기는 어려울 겁니다." 부쩍 난이도가 올라간 새로운 운전면허 기능시험장에 들어서자 안내를 맡은 면허시험장 관계자가 미리 기자의 기를 팍 눌렀다. "저랑 내기하실까요? 떨어지면 제가 차라도 한 잔 사겠습니다."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치받은 말에는 '10년 무사고'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기자의 면허증에 적힌 일련번호는 'xx-07-xxxxxx-xx'. 여태 주변으로부터 '운전 꽤나 한다'는 소리를 들어온 터라 운전대를 잡기도 전에 '당연히 합격하겠지'라는 생각이 앞섰다.
"26번 차 출발하세요"라는 안내에 아반떼 차량의 시동을 켜면서 브레이크에 올린 오른발을 조심스레 가속 패달로 가져갔다. 첫 코스는 경사로 코스. 코스 중간에 있는 정지선 앞에 차량을 3초간 정차시켰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때자 차량이 뒤로 슬며시 밀렸다. 경사로 언덕을 넘기 위해 가속 패달을 순간적으로 '확' 밟았더니 차량 RPM이 급격히 치솟았다. 차량 앞 안내 전자기에 표시된 점수도 100점이 95점으로 떨어졌다. 안내를 받기 전에 방향지시등을 먼저 켜면서 다시 점수는 90점을 가리켰다. 평소 가속 패달을 급하게 밟거나 방향지시등을 빨리 끄는 '못된' 운전 습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경사로를 통과해 교차로를 지나자 이번 개정 기능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손꼽히는 직각주차(T자 코스)가 나왔다. 9년 전 운전면허를 취득 당시에도 해본 적이 있는 T코스였지만 차도폭이 3.5미터에서 3미터로 50㎝가 줄어들면서 10년 차 운전수인 기자도 주차에 진담을 뺐다. 전진과 후진을 서 너 차례 반복하고서야 주차선에 차량이 들어왔다. 차량을 뺄 때도 문제였다. 한 번의 전진으로 차량이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바퀴는 검지선을 밟을 뻔했다. 두 차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 차를 돌려 나왔지만 '코스 지정시간 초과' 안내와 함께 80점까지 점수가 떨어졌다.
직각 주차에 혼쭐이 나다보니 '운전 경력이 얼마인데 떨어지겠어'라는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으로 뒤바뀌었다. 합격 마지노선인 점수 80점으로 가속 구간에 들어서자 우려가 현실화 됐다. 가속 구간은 면허시험장 전체 코스 제한 속도인 시속 20㎞를 넘겨 시속 30㎞ 아래로 속도를 유지한 채로 10여 미터를 달려야 한다. 속도만 신경 썼던 탓일까. 가속 패달을 단번에 밟아 가속을 하자 이번에도 차량 RPM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서 감점된 5점은 결국 당락을 갈랐다.
"26번 차 점수 미달. 불합격 입니다." 애석하게도 기능시험장 안내소에서 운전 10년차 기자의 기능시험 불합격 소식을 알려왔다. 기자의 불합격을 장담하던 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흘렀다. 면허시험장 관계자는 "현행 운전면허 코스는 초등학생을 1시간만 연습시켜도 합격할 정도였다"며 "제도 도입에 앞서 실시한 실험결과 장내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