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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 등 친족간 유대관계 변화가 장례와 같은 가정의례 문화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장례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해 가입하는 상조서비스가 이 중 하나다. 갑작스런 장례 발생 시 관련 절차나 필요한 사항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당초 상조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하지만 해약환급금을 과소 지급하거나 계약 당시 서비스를 제대로 이행치 않는가 하면 부실한 재무상태로 인한 폐업까지… 상조업체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현 상조서비스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소비자들이 상조업체 선택 시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맏아들 A씨는 고령인 부모님 장례에 대비해 상조서비스 가입을 고려 중이다. 이 때문인지 요즘 상조서비스 광고가 부쩍 눈에 자주 들어온다. A씨가 상조서비스에 가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막상 장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되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질 수 있다는 염려가 크게 앞서기 때문이다.
최근 상조업체(선불식 할부거래업자)를 통해 장례를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핵가족화 등 가족 관계의 변화가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변화의 영향으로 올해 3월말 현재 201개 상조업체에 419만명이 가입하고, 총 선수금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한다.
상조관련 시장 규모는 과거 대비 크게 커졌지만 앞서 상조업체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소비자 피해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동안 상조업체 난립과 부실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에서 수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고 현재도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상조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업체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이유다. 재무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은 믿을 수 있는지 확인이 어렵고, 회사의 지속 가능성 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심지어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얘기까지 돌며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21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상조업체 상위(자산 기준) 10곳 중 대표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 비율이 100%를 밑도는 곳은 6곳으로 60%를 차지했다. 상위 18곳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무려 13곳이 지급여력 비율 100%를 못 맞추고 있다.
지급여력 비율은 소비자가 낸 선수금과 자본총액의 합계를 선수금으로 나눈 값으로 상조업체가 부도나 폐업 등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적어도 100%를 넘어야 소비자의 납입금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급여력 비율이 높을수록, 부채비율은 낮을수록 우량한 상조업체인 것이다.
지급여력 비율이 100%를 밑도는 상조업체가 상당수에 이르자 공정위는 폐업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해 선수금을 일정 비율 이상 보전하도록 했다. 2011년 선수금의 20%를 시작으로 2012년 30%, 2013년 40%, 그리고 2014년부터는 선수금의 50%를 공제조합 가입이나 은행 예치, 지급보증 등을 통해 보전하도록 할부거래법에 규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장 확실한 은행 지급보증을 통해 소비자가 낸 선수금을 50% 보전하는 상조업체는 총 201개 중 현재 프리드리라이프, 더케이예다함상조, 라이프온, 대구상조 4곳에 불과하며 나머지 업체들은 공제조합 가입이나 은행 예치로 선수금을 보전하고 있다.
문제는 공제조합 가입이나 은행 예치로 넣어둔 선수금이 상조업체 폐업시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신뢰 자체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상조업체 한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가 공제조합을 통해 선수금을 보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보전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라며 이러한 속사정은 업계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상조업체가 선수금을 받아 (상조서비스를) 돌려 막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다보니 해약 환급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심지어 지급을 거부하는 등 상조 관련 소비자 피해 발생은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원 상담 현황을 보면 2013년 1만870건, 2014년 1만7083건, 2015년 1만1779건의 상조 피해건이 접수됐다.
업계 관계자는 “상조서비스에 가입하면 장례 발생 시점과는 관계없이 가입 당시의 금액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목돈 지출과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상조서비스란
관, 수의, 상복, 차량 서비스까지 장례용품 일체와 장례지도사, 접객 도우미를 제공하는 것으로 핵가족화 추세와 맞물려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 전종헌 기자 /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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