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생 동갑내기 네 친구가 있다. 교육 스타트업 업체 대표(이준엽 한국 카이스 대표), 글로벌 기업 엔지니어(황태섭 구글 본사 시니어 엔지니어), 국내 대기업 간부(윤승환 SK네트웍스 M&A 파트장), 유명 로펌 소속 변호사(최충인 율촌 미국 변호사).
세속적 기준에서 성공한 이들은 모두 '흙수저' 출신이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부친을 둔 이 대표는 대학 3학년때까지 10가족이 단칸월세방에서 자랐다. 윤 파트장은 학창시절 아버지 사업 부도로 단칸방을 전전했고, 황 엔지니어와 최 변호사도 아버지가 친인척들까지 부양하느라 역시 넉넉치 않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
흙수저에서 성공을 일군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어릴 적부터 마음먹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점이다. 좌절과 실패도 겪었지만 꿈을 향한 페달질은 멈춘 적이 없었다. "죽을 만큼 노력했더니, 없던 운과 기회도 찾아오더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헬조선'에 분노하고 흙수저 신세에 좌절하는 청춘들에게 삼촌뻘인 이들이 들려줄 이야기는 무엇일까? 최근 '오늘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 책을 출간하며 한자리에 모인 이들을 만나봤다. 황 엔지니어는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근무중이어서 화상통화로 인터뷰했다.
-성공 가도만 달려온건 아닐텐데
▷이: 사업 파트너의 배신, 회사 부도, 검찰 조사 등도 겪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나는 실패자였다. 17살때 지금의 회사 이름을 짓고 사업가 꿈을 꾼 이래 지금까지 오는데 30년이 걸렸다.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꿈을 펼치기 위해 10년, 20년은 기다릴 수 있는 것 아닐까.
▷윤: 첫직장은 부도났고, 옮긴 회사에서도 무시당하며 버티는 게 다였다. 업무태도 때문에 좌천도 당해봤다. 그 뒤부터 정신을 차렸다. '노력이 부족했다면 2배로 하자,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더 효율적 방법을 찾아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좌절과 실패를 어떻게 이겨냈나
▷황: 포기 않고 이 악물고 버틴게 힘이 됐다. 무슨 일을 하던 기대와 달리 생각지 못한 어려움들은 늘 있다. 하지만 그건 인생의 귀중한 자양분과 자산이 되더라
▷최: 꿈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모두들 나름 죽을만큼 노력했다. 그랬더니 없던 운도 찾아온게 아닌가 싶다. 우리 중 누구도 역경을 역경이라, 실패를 실패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인적 '노오력'만 강조하잔 건가?
▷최: 젊은이들이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가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탓만 하고 있어서도 안된다.
▷윤: 단언컨대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기회를 잡기도 더 힘들어진다. 세상이 더 어려워질 거면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꾸는 시도도 필요하다. 동시에 자신도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어려운 환경을 던져준 건 기성세대 책임이다. 나도 흙수저 출신이지만 성장사다리를 올라온 사람은 그 사다리를 걷어버리려 한다. 자기 자식들이 그걸 올라타야 하니까.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그런 속내는 감춘 채 젊은이들에게 노력만 하라고 하는데, 좀더 솔직해졌으면 한다.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 대기업(삼성물산, 까르푸)이나 대학보다 내가 창업했던 작은 기업들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정말 전투력을 키우고 싶다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취직을 부끄러워해선 안된다. '꼰대'들이 '그래도 30대 기업은 들어가야지' 하는 체면의식에 젖어 있는데 젊은이들도 여기에 물든 건 아닌가 돌아보자. 자기를 성장·발전시킬 기회는 중소기업에도 널려 있다. 지금 중기와 벤처는 구인난이다.
▷황: 때론 틈새를 찾아도 보고 때론 그림을 크게도 보면 좋겠다. 해외로도 눈을 돌려 보자고 말하고 싶다.
-후배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은
▷윤: 어떤 분야를 선택하든 자신의 '엔드 이미지(End Image)'를 한국이 아니라 세계 톱클래스로 잡아라. 목표를 향해 노력하다보면 그 레벨까진 못가더라도 최소한 우리 지역, 한국에선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책은 많이 보고 SNS나 모바일에 너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좌절도 갑질도 말고 넘어지면 잡초라도 뜯고 일어서라.
▷이: 자살까지 생각했던 내 인생을 살려낸게 죽은 스티브잡스다. 힘들게 사는 내
▷황: 우리는 흔히 재능 때문에 좌절한다. 하지만 재능보다 중요한 건 노력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끈기와 근성이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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