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박근형 연출가의 2015년 11월 공연 취소 과정에 문체부가 개입했단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김 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립국악원은 문체부 산하기관이라 지시가 내려오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악원은 2015년 11월 '금요공감' 프로그램으로 퓨전국악 공연 형식의 '소월산천'을 기획한 바 있다. 이 공연에는 박 연출가와 앙상블시나위, 기타리스트 정재일 등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악원은 공연 2주 전 연극을 빼고 앙상블시나위와 정재일의 공연만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앙상블시나위 측은 이를 거부하면서 공연이 무산됐고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정영두 현대무용 안무가는 항의 차원에서 자신이 출연하려던 국립국악원의 공연을 역시 취소하면서 1인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연극계에선 박 연출가가 2013년 연극 '개구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김 원장은 공연 취소에 대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100% 우리 혼자 결백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정된 공연이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도 아프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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