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가진 친중 세력에 의해 이런 일이 추진된다면 어떨까요. 기가 막히지요.
그런데 성사 직전, 한 외교관이 나섭니다.
'내가 직접 중국에 가서 담판을 짓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그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관료들을 만나 한국에 대한 제재를 풀고, 신뢰를 회복하고 돌아옵니다. 중국의 속국이 되는 걸 막는 건 물론이구요.
꿈 같은 이야기.
그런데 700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얘깁니다.
고려 27대 충숙왕 시절, 원나라는 고려를 자신들의 속국으로 만들려고 계획합니다. 100년 가까이 원의 간섭을 받아온 고려는 꼼짝없이 속국이 될 처지에 놓이죠.
많은 신하들이 찬성을 하는데, 이때 외교관 이제현이 나섭니다. 그리고 직접 원나라로 가 그곳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리지요.
고려를 취하는 건 대국으로서 격에 맞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려를 취해봤자 크게 이득을 취할 것도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리 친분을 맺어왔던 원나라 조정 인사들을 만나 황제를 설득하도록 부탁하지요.
이제현의 용기와 지혜는 결국 원나라 황제를 설득시켰고, 고려가 속국이 되는 걸 막았습니다.
이렇게 700년 전에도 우리는 주변국의 위협에 휘둘렸고 국민들은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이제현 같은 한 명의 관료 덕에 나라는 살아났고, 역사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중국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까지 있으니 더 복잡하지 않냐구요?
아니요, 더 오래전인 고구려 장수왕은 무려 4개국 사이에서 아주 훌륭한 외교력을 펼쳤습니다.
이제현 같은 관료, 장수왕 같은 대통령까진 욕심내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 관료라면 자존심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을 옮기라고 부산동구청에 연락을 하고, 중국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금지를 사드보복이 아닌 우리 업체의 제품 문제라고 일축하는 그런 정부가 아니라요.
700년 전의 단 한 명의 관료가 부러운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