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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전국 최대규모 중국인 밀집지역인 대림역 12번 출구 인근 거리에 중국어 간판이 줄지어 걸려있다. [사진 = 임형준 기자] |
시장 주변에 위치한 한 식료품가게에서 때마침 오산에 사드 부품 일부가 도착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근심스런 표정으로 방송을 보던 주인 장 모씨(62)는 "주변에 중국인이 많이 살다보니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도 많이 듣긴 했지만 별로 신경 안 쓰는 사람들도 많아 당장은 결정된 게 없는 줄 알았다"며 "한국에서 조선족이나 중국인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더 인상이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중국인 관광객의 '묻지마 살인' 사건 때만해도 이웃에 사는 한국인들에게서 적잖은 눈총을 받았다는 것이다.장씨는 "제주공항에 무단으로 가방, 쓰레기를 투척해서 난장판 만든 유커나 중국인범죄 뉴스가 나올 때 마다 손님들이 '중국인들 왜 그러냐' 물어보곤 한다"며 "이런 상황에 한·중 갈등은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곳 조선족들의 경우 반은 한국인, 반은 중국인이기 때문에 양쪽에서 '샌드위치'격 포화를 맞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길림성에서 왔다는 노점상 류 모씨(43)는 "같이 노점 일을 하는 사람들 중 민족주의가 강한 일부 중국인들이 '한국사람들은 왜 도움도 안 되는 사드에 찬성하냐'고 물을 때 마다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림동 일부 지역은 서울의 대표 우범지역 중 하나인데다 민족주의가 강한 중국 출신 폭력배들도 적지 않아 '혐한·혐중' 분위기를 빌미로 다툼이나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이번 사태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에서 페리를 타고 건너와 중국산 물건을 팔던 중국인 보따리상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 골동품가게를 하는 주 모씨는 "전에 한 달에 한 번 물건을 대던 중국 쪽 '따이공'(보따리상)이 갑자기 전화로 '눈치 보여서 당분간 못 간다'고 말해왔다"며 "본토 분위기가 안 좋기는 안 좋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쏜 화살을 되레 중국인이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림동 지역과 마포구 연남동 등 중국인 큰 손이 부동산물건을 쓸어 담던 '한국 부동산 쇼핑' 기세가 한풀 꺾이게 돼 가격이 하락하면 이전에 부동산을 구입한 중국인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H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말이면 재중 동포나 중국인이 수십 명씩 상가나 땅 매입 문의를 위해 찾곤 했는데 지난달부터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강북의 화교 밀집 지역으로 알려진 마포 연남동 일대에선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중국동포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다. 연남동 S부동산 관계자는 "여기에 더러 중국인 동포가 인삼·홍삼 등을 파는 가게 등이 있었는데 작년 사드갈등 사태 이후부터 손님들이 줄어 가게를 비운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걱정스러운 분위기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감지됐다. 대림2동에 위치한 대동초등학교는 전교생의 절반이 넘는 55%가 다문화 가족 학생이다. '출입국 관련 업무', '영주권, 국적 취득, 귀화' 간판이 세워진 학교 정문 앞에서 뛰놀던 학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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