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돌아올 지 모를 길을 떠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친박계 의원들과 정광용 박사모 회장 등 측근들도 지난달 31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불과 몇개월 전 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결국 '영어의 몸'이 돼 구치소로 향했다. 새벽 4시께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결정된 이후 그를 태우고 서울중앙지법에서 출발한 K7 차량은 오전 4시 45분께 이곳에 도착했다.
구치소 입구를 지나는 차량 뒷좌석에 여성 수사관들 사이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이 보였다. 9시간에 가까운 영장심사와 약 8시간의 대기 시간을 거친 그의 얼굴은 매우 피곤해보였다. 찬란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듯, 눈동자는 눈물로 촉촉했다. 표정에서는 상실감과 침통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화장기가 지워진 얼굴은 수척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는 어지럽게 헝크러져 있었다. 항상 단정한 올림머리를 하고 대중 앞에 섰던 그였기에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도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목례'로 배웅했다. 정광용 회장도 참석해 구치소로 들어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봤다.
구치소 주변에 몰려 있던 친박단체 회원들은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보이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대통령'을 연호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자 울먹이며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반대편에는 연보라색 장미꽃을 든 시민들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환영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든 장미꽃에는 '박근혜 입소 축하, 30년 후 사람돼서 나와라'는 문구가 적힌 리본이 달려 있었다.
이날 구치소 앞에서는 친박단체와 이들 시민들간 고성과 언쟁도 벌어졌다. 구치소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시민들과 마주본 친박단체 회원들은 '박근혜체포단' 등 구속을 환영하는 시민들을 향해 "촛불은 간첩이다. 무덤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소리쳤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은 다시 주인을 잃었다. 4년간 비어있었던 이 집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이주한 지 18일 만에 다시 빈집 신세가 됐다.
박 전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박 전 다통령 지지자들 70여명이 새벽부터 이곳에 모여들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이들 친박단체 회원 주변에 4중으로 안전선을 형성했다.
지지자들은 한숨을 내쉬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는 울먹이며 오열하기도 했다. 친박 단체인 '근혜동산' 김주복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하며 오전 3시 45분께 이곳에서 삭발식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입소하자 친박단체 회원들은 하나둘씩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던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노숙한 지지자들 10여명은 구속 결과가 나오자 "벼락 맞아 죽을 놈들"이라고 소리치며 울분을 토하다 7시 30분께 모두 돌아갔다.
오전 6시께가 되자 자택 안팎은 적막하고 한산했다. 오전 6시30분 서재와 침실이 있는 2층은 불이 꺼져 있었고 거실이 있는 1층
이영선 행정관이 오전 5시께 재택 안으로 들어갔다가 1시간 뒤 나온 것을 빼고는 드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이주한 이후 매일같이 이곳을 찾았던 올림머리 담당 정송주 원장도 이날 나타나지 않았다.
[서태욱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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