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을 생각하는 베트남 학생들은 정치적 불안보다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등 한국 문화에 더 관심이 많아요. 베트남 유학생은 앞으로 더욱 늘어늘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외대에서 한국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베트남 유학생 느간티투이씨(29)는 "베트남 유학생이 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며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덕분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젊은층이 많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회사가 많아 한국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졸업하면 베트남으로 돌아가서 한국학 교수로 활동하고 싶다"며 "북한과의 갈등 때문에 베트남 유학생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학가에 베트남 유학생들이 밀려들고 있다. 사드 갈등으로 중국 유학생 증가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대학들도 한국 기업 진출과 한류열풍에 힘입어 베트남과 동남아 출신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중국 유학생수는 7만474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2%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베트남 유학생수는 1만7697명으로 91% 급증했다. 최근 1년새 유학생 증가 인원수도 베트남이 8419명으로 중국인 7580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처럼 베트남 유학생수가 급증한 것은 자발적 유학수요 증가외에도 국내 대학들이 베트남 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고 나선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외대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베트남을 가장 중요한 유학생 유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외대는 유학생 유치를 위해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소재 대학과 전략적제휴를 체결했다. 또 국내 고등학교에서 입학설명회를 하듯 정기적으로 베트남 현지 입학설명회를 열고 있다. 덕분에 이번 봄학기 한국어문화교육원 수강생은 베트남 학생수(703명)가 중국 학생수(534명)를 추월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국내 대다수 한국어교육기관에서 중국 학생의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교육적·수익적 관점에서 베트남, 카자흐스탄, 이란 등 유학생의 국적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대 관계자도 "사드보복 이후 중국 유학생 모집이 과거처럼 만만치 않다"며 "다변화 차원에서 베트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 정부에서 유학을 장려하고 있고, 베트남으로 이전한 한국 기업에 취업하면 3배 수준 임금을 받을수 있어 한국 유학 붐은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 대학에 지원한 베트남 학생수도 최근 몇년 새 4배 수준으로 쑥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도 베트남 유학생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도 "순수하게 공부할 뜻이 있는지, 불법 체류 의도는 없는지를 가리기 위해 선별을 엄격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도 베트남 유학생수가 늘었다. 베트남에서 온 어학연수생은 지난해 13명에서 올해 111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어학연수생이 3000여명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베트남 유학생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나 1년새 증가율은 850%에 달한다.
지방대에선 베트남인 유학바람이 더 거세다. 원광대는 전체 유학생의 70%가 넘는 1000여명의 베트남 학생들이 어학연수 과정을 밟고 있다. 전북 전주대는 1년 전 10명 안팎이던 베트남 학생이 120여명으로 늘었다. 인천 인하대도 베트남 어학연수생이 지난해 1학기 15명에서 올해 1학기 64명으로 늘었다. 강원대 국제어학원은 베트남 학생수가 지난해 봄학기 37명에서 올봄 156명으로 늘기도 했다.
대학들은 최근 사드 갈등으로 중국 유학생 유치가 어려워지거나 일부 이탈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한국어를 전공한 중국 유학생 A씨는 "사드 갈등이후 부모님이 한국보다 일본이나 호주 유학을 권유하는 경우가
한양대 관계자는 "통상 6개월 전에 등록하므로 아직 중국 유학생들 이탈은 없지만 오는 여름학기와 가을학기가 걱정"이라며 "가급적 다양한 국적 학생들을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정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