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피자는 지난해 뉴질랜드에서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한 피자 배달에 성공했다. 실험이 아닌 실제 주문 배달에 성공한 세계 첫 사례다. 단독주택이 많은 뉴질랜드와 달리 아파트가 즐비한 우리나라에서도 드론을 이용해 가정까지 피자배달이 가능할까. 만약 10층에 있는 아파트에 배달해야 한다면 층수에 맞는 높이를 드론이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주차공간 및 창문 앞 택배함까지 정확하게 표시되는 초정밀 3D 주소체계 마련에 나선다.
5일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현행 도로명 주소정보를 고도화해 건물단위에서 더 나아가 출입구와 주차장 위치, 높이 등을 모두 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주소체계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기초연구를 진행해 10월까지 중기전략을 마련하고, 내년에 구체적인 연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행자부는 이를 위해 이달 초 이미 부내에 임시조직을 구성했고, 내년도 예산으로 30억원을 요구할 계획도 최근 마련했다. 이런 추세라면 수 년 안에 보다 고도화된 주소체계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목표는 자율주행차 주차와 드론택배 등이 가능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율주행차를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내 동 위치와 출입구는 물론, 주차공간까지 초정밀 지도에 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주소체계에선 단독주택이나 빌딩은 건물단위까지만 표시된다. 아파트단지는 단지 전체에 하나의 번지수나 도로명 주소만 나오고 동·호수는 편의상 끝에 붙인다. 이런 상황에선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알아서 정해진 주차구역을 찾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따라 앞으로는 건물의 출입구와 주차공간 하나하나까지 번호를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의 경우 현행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209'로만 표시된다. 하지만 앞으로 정문은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209-1', 후문은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209-2' 식으로 훨씬 세분화해 표시할 예정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주차공간은 각각에 고유한 기호를 부여해 운전자가 자율주행차에 주차공간 주소만 입력하면 알아서 찾아갈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자치부는 현재 SK텔레콤과 함께 성남시 분당구 소재 181개 아파트단지에서 도로명 주소체계를 기반으로 동단위까지 정밀하게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시험 개발중이다.
드론택배를 위해 높이까지 표시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아파트의 동 단위까지 표시되는 주소에 덧붙여 택배함의 위치와 높이까지 표시되는 주소체계를 만드는 목표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아파트 단지 전체를 하나로 표시하는 주소체계로는 드론택배가 불가능하다"면서 "동과 층은 물론 가구별 창문 위치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행자부는 주소체계의 고도화 작업을 지하공간을 포함하는 3차원 공간정보를 지도 등으로 모두 담아낼 계획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하상가 등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 공간에 대한 주소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며 "지하 층수나 공간 위치까지 3D 주소체계에 어떻게 담아낼지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고도화된 주소체계가 마련되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미국 군사위성에서 받는 정보에 주로 의존하는 현행 GPS 시스템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국의 고도화된 주소체계가 정비되면 DB(데이터베이스)를 민간에 전부 무료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주소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의 GPS 시스템은 미국의 군사위성으로부터 생산되는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GPS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도 더 정밀한 위치정
다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 기존 도로명주소를 확장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행자부 관계자는 "현행 도로명주소 정착에도 오랜시간이 걸리고 있는 만큼, 혼선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변화만 가져오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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