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0항쟁 기념일 한자리에 모인 서울대 80년대 학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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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서울대에서 30년 만에 해후한 이준호 씨(51, 지리86), 정영훈 씨(51, 법대86), 신현호 씨(51, 경제86). (왼쪽부터) [양연호 기자] |
1987년 당시 서울대 1~4학년이었던 84·85·86·87학번이 주축이 된 '6월 항쟁 30주년 기념 행사 추진 서울대동문모임'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함께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대 문화관에서 '6월 민주항쟁 30주년 서울대동문 기념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 84~87학번 동문 200여 명이 참석했다.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는 "1986년 서울대 전체 학생의 6.9%에 해당하는 1523명이 연행됐는데 이런 희생이 한국 사회 발전과 민주화에 적잖이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72학번인 박찬욱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환영사에서 "독재 권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민주화 의지가 아래로부터 분출된 6월 항쟁 정신은 최근의 촛불 항쟁으로 이어졌다"며 "1987년 체제를 통해 민주주의 공고화 단계를 이룩했지만 민주주의의 전진과 질적 고양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40대 후반∼50대 초반이 돼 사회의 주도 그룹으로 부상한 이들은 최근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를 불러온 촛불집회를 보면서 뿌듯함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법대 84학번인 박혁묵 씨(53)는 "86세대가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지만 우리 스스로도 기존 체제에 스며들면서 완수해야 할 민주주의 과제가 산적한 사회를 만들었다"고 자책했다. 당시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이었던 정영훈 씨(51)는 "자녀와 손잡고 지난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결국 민주주의는 깨어 있는 시민들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30년 전 민주주의를 쟁취한 이후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 기본적인 노력을 하지 못한 게 오늘의 촛불을 부른 것 같아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정씨는 당시 학생운동을 함께 주도했던 서울대 지리학과 86학번 이준호 씨(51)와 경제학과 86학번 신현호 씨(51)를 30년 만에 만났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취업난 등으로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3포 세대'가 된 데 대해 기성세대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다. 신씨는 "1980년대는 우리 사회가 계속 발전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요즘처럼 스펙을 쌓는 데 매몰될 필요 없이 언제든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오전 서울광장에서는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6·10 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07년 이후 서울광장에서 기념식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 시간인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서울광장은 참석자들로 북적였다. 행사가 시작된 후 1987년 민주항쟁 당시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했던 김만곤 씨와 2017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든 김씨의 딸 래은 양이 무대에 올라 공개 편지를 주고받자 5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학생들 중에는 간단한 민주화 역사가 담긴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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